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 공정위의 결정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적지않다. 특히 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공정위의 유연하고 능동적인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거대 IPTV(인터넷TV)와 유선방송사업자(SO)간 이종 플랫폼의 결합은 불가피하게 ‘경쟁 제한’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실제로 양사의 M&A로 IPTV와 케이블TV이 난립하던 유료방송 시장은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 점유율 31.1%)와 LG유플러스(24.5%) SK브로드밴드(23.9%) 등 통신사 주도의 ‘3강’ 체제로 재편된다.
하지만 현재의 유료방송 시장 상황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TV 수익성은 매년 크게 떨어지고 IPTV 역시 가입자와 매출 성장 둔화세다. 이런 와중에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애플, 아마존, 디즈니, AT&T 등이 OTT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들의 한국 시장 잠식은 시간문제다.
결국 공정위는 부작용만 보는 불허보다 조건을 붙여 승인하는 쪽을 택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기업과 소비자에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3년간 수신료를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또 소비자 선호 채널을 임의로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물론 비싼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도 강요하지 못한다.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이나 계약 연장도 거절해서는 안된다.
공정위는 막바지 과정을 속도감있게 처리했다. 지난달 16일 전원 회의 결정이 유보된 후 이례적으로 한달도 안돼 두 건 모두 조건부 승인 결론을 냈다.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발전하는 대세를 수용하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할 기회를 주기위한 것”이란 공정위의 설명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두 회사의 거대 결합이 성사되기위해선 아직 과기부와 방통위의 심사가 남아 있다.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공익성 등을 분석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두 부처 모두 최대한 이른 시일안에 심사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 등을 고려하는 모습에 일치감이 보인다. 모처럼 부처간 칸막이에 연연하지않는 점은 더없이 반갑다.
이젠 기업들이 화답해야 한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협력 기업과 상생의 길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