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위원장은 “법 지켜달라” 소신 피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사진〉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공정거래와 시장경제에 대한 ‘작심발언’을 했다.
강 회장은 5일 오전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진행된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는 말을 기업인들은 편하게 생각하지만 기업활동을 힘들게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며 지배구조,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나 부실기업 인수시 계열편입 유예, 하도급 거래시 대기업과 중견기업간 역차별 등 등을 꼽았다.
강 회장은 “기업인 입장에서는 공정과 정의와 평등을 원하는데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상납금이 노조 정치화에 쓰이고, 아무리 봐도 평등하지 않은 고용세습 등은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최근 검찰의 타다 기소 논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제1조는 ‘자유경제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공정은 공정한 경쟁을 뜻하며 그 목적은 소비자 보호여야 한다’고 되어있다”며 미국 택시회사들이 우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사례를 들었다.
강 회장은 “당시 미국 법원은 ‘공정거래법은 경쟁자를 지키려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지키려 존재한다.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면 우리는 지금 택시 아닌 마차를 타고, 컴퓨터가 아닌 주판을 쓰고 있을 것’이라 판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사말을 맺는 말에서도 “행정 편의 등을 위한 레토릭이 주변에 너무 많이 깔려있어 어떤 공정을 얘기하는지, 누구를 위한 평등을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꼬집었다.
조성욱 위원장은 이날 조찬 강연에서 “연구소, 학교에만 있어서 기업은 잘 모를 수 있다”는 겸손한 태도와 부드러운 화법 속에서도 ‘공정 드라이브’ 의지 만큼은 굽히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감시 강화, 가맹거래시 을 보호제도 강화 등 공정위 기조를 소개하며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시장에서의 반칙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기업 집단 뿐 아니라 자산규모 5조원 이하인 중견그룹도 꾸준히 감시하고 중소벤처기업부 등 타 부처와 정보공유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연이 끝나자 마자 중견기업 대표들은 “어렵다”는 호소를 이어갔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편법승계 등 내부자 거래는 눈여겨 봐야할 필요가 있지만 일감몰아주기가 다 부정적인게 아니며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고,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회장은 “유독 프랜차이즈 대리점이 많은 회사인데, 최근의 변화에 기업인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중견기업인들 기 좀 살려달라”며 애환을 전했다.
읍소에 가까운 호소 속에서도 조 원장은 “우리가 보는 것은 부당한 내부거래”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은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내보다 과징금 규모가 큰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공정거래 법규 준수 노력이 필수”라고 당위성도 역설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