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적용, 관리처분 받은 곳도 타깃 가능성
공급 감소, 신축 집값 상승·건설 경기 위축 우려
로또 청약, 전매제한 기간 늘려 투기 방지
다음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출처=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상한제)를 내주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시장은 해당 규제가 어떤 모습으로 시행될 지, 어떤 영향을 낳게 될 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도입에 대한 찬반이 나뉠 만큼 논란이 팽팽해 앞을 내다보기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를 둘러싼 4대 논란 키워드를 정리해 보았다.
▶도입 지역 = 상한제는 현재도 집값 상승률, 분양가 상승률, 청약경쟁률, 거래량을 따져 일정 기준을 넘으면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다만 그 기준이 높아 적용할 수 없었을 뿐이다. 정부는 이 기준을 낮춰 상한제 적용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는 경우’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치상 기준은 언제든 바꿀 수 있는데다,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모두 상한제 적용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상한제 적용 지역은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기준을 충족한 지역 중에서도 국토부가 상한제 적용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지역을 심의에 올려 정성적 평가를 통해 최종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즉 국토부가 적용하고자 하는 곳에 언제든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낮출 가능성이 높다.
상한제는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10월께 공포될 전망인데, 국토부는 공포와 동시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적용 지역을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남은 두달새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좁게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넓게는 서울 전역이 첫 타깃으로 유력하다. 다만 다른 지역도 곧장 적용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워낙 강력한 규제인데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적용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소수 지역에 한정해서 적용한 후 시장 분위기를 살펴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촌.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오른편의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와 왼편의 신축 아파트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출처=네이버항공뷰] |
▶소급 적용 = 적용 지역 내의 분양 단지라도 어떤 사업 단계부터 적용할 지 여부도 관건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현재는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제도가 이대로 시행된다면 10월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다. 둔촌주공, 개포주공1단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4지구, 미성·크로바 등 강남 주요 재건축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이 단지 중 일부는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를 최대한 높여받겠다는 계획까지 하고 있어 정부 정책 취지가 반감된다.
이에 정부는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언급한 단지들 모두 상한제에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소급적용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현 법령 상 상한제 적용을 이미 피한 단지까지 시행령을 개정을 통해 다시 적용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합원 분양 등 이미 끝낸 사업 절차를 다시 해야 하는 등 사업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일부 정비사업 조합이 위헌 소송을 하겠다고까지 반발하는 이유다. 그러나 위헌 소송은 결론이 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지 알수 없기 때문에 실익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일정 정도 적용 유예 기간을 주는 방식으로 상한제 적용을 피해갈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줄 방침이다. 이 경우 유예 기간 내에 분양에 착수해야 하기 때문에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를 높여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HUG의 심사 기준에 맞춰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
▶공급 감소 = 전문가들은 상한제의 성패 여부는 공급이 계속 이뤄질 수 있을 지, 위축될 지에 따라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상한제가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의 기본 논리 구조는 저렴한 주택을 계속해서 시장에 분양하면 기존 주택의 가격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싼 집이 계속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 전제 조건이다. 또 당장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는 재건축·재개발에 투자자금이 몰려 집값이 오르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분양가를 제한받으면 사업이익이 떨어지는 데 누가 공급을 하겠다고 나서겠냐는 것이다. 서울 주택 공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사업의 가장 첫 작업인 소유주 동의를 얻는 일부터 꼬이게 된다.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한다는 시장의 기본 원리이며, 주택보급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고 전국에 대기 수요가 있는 서울 주택 시장은 공급 감소로 인한 희소성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상한제가 재건축·재개발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신축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정부가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지난달 이후 서울의 신축과 분양권 가격은 상승세에 있다.
공급 감소의 부작용은 단순히 집값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수 시장과 일자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 건설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 주택 시장은 미분양이 넘쳐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호황이던 지역을 규제해버리면 건설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중, 한일 간 무역분쟁으로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 피해가 더욱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반면 상한제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공급 감소 우려가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2007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 때도 정비사업 추진이 다소 앞당겨지거나 늦춰지기는 했어도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고, 이번에는 3기 신도시 가구 공급 등이 완충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또 청약 = 청약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상한제는 당첨으로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는 현재처럼 주변 시세와 비교해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땅값과 건축비 같은 원가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시세에 비해 30~40%까지 싼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는 이유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공급이 줄어들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들 수 있다.[헤럴드경제DB] |
다만 현재 부동산과열지역은 청약가점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모든 수요자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공급 자격이 있거나 가점이 높은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공급이 위축된다면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는 오히려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큰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아무 이익도 보지 못하는 양극화가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세 대비해 얼마나 저렴하냐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기 어렵게 만들 방침이다. 일각에선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는 사람에게 당첨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차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지만, 국토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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