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제공 품목·중도금 무이자 융자 경쟁
수요자 “실제 분위기 확인하고 싶어”
지난 14일 중흥·대우·대방건설의 동시 분양이 이뤄진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 1390번지 일대 견본주택 [양영경 기자] |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 1390번지 일대에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중흥건설, 대우건설, 대방건설이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동시분양을 위해 각각 견본주택을 마련한 곳이다. 견본주택 개관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경. 차량 150여대가 들어가는 공용주차장에서는 자리를 찾지 못해 대기하는 차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각 견본주택 앞에는 줄을 서는 방문객들이 100~200여명 가량 있었다. 대기자 사이에서는 “20평형대(66~99㎡)가 3억원대에 나온 거면 싸다”, “빚을 내도 집값이 오르면 그건 빚이 아니다”라는 말이 들렸다. 방문자에게 제공하는 사은품을 손에 들고 다른 견본주택으로 분주히 오가는 이들도 많이 보였다. 오래간만의 ‘집객효과’를 노린 듯 인근 미분양 단지ㆍ상가에서 전단을 돌리러 온 분양업체 직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쪽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가 마련됐고, 공연하는 악대의 음악이 흘러나와 축제를 여는 듯했다.
▶ 역까진 얼마나? 주변에 학교는? = 3개 건설사는 3기 신도시 지정에 따른 파주 운정지역의 미분양, 집값 하락 우려 속에 ‘분양 흥행’이라는 공동 목표로 한날한시에 견본주택을 열었지만, 내부에서는 자사 단지 홍보에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대방건설의 ‘파주운정신도시 대방노블랜드’(820가구)와 중흥건설의 ‘파주운정신도시 중흥S클래스’(1262가구)는 당첨자 발표일이 이달 26일로 같아 1개 단지만 청약할 수 있다. 대우건설 ‘운정신도시 파크푸르지오’(710가구)는 당첨자 발표일이 28일이지만, 3개 단지 중 이 단지를 원한다면 대방과 중흥 청약을 포기해야 한다. 먼저 당첨될 경우 나중에 당첨되는 물량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회사는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청약자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중흥은 2023년 개통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운정역과 직선거리 750m에 있다는 ‘역세권’을 내세웠다. 3개 단지 중 가장 가까운 거리다. 또 단지 규모가 1000가구 이상으로, 공사기간이 길어 잔금 치르기 전 전매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으로 거론했다.
대방은 GTX-A 운정역과 약 1km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거리인 데다, 단지가 초등학교를 품고 유치원과 중학교를 바로 옆에 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스템 에어컨, BI 콤비 냉장고, 손빨래 하부장, 주방바닥 타일 시공 등 다양한 무상제공 품목도 내걸었다.
GTX-A 운정역과 가장 먼 거리에 떨어진 게 약점으로 꼽힌 대우는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걸 강조했다. 여기에 1군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 기존 운영 중인 유통시설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약금 1차 정액제(1000만원), 중도금 60% 무이자 융자도 타 단지에는 없는 혜택이다.
지난 14일 중흥·대우·대방건설의 동시 분양이 이뤄진 경기도 파주시 와동동 1390번지 일대 견본주택 [양영경 기자] |
▶ 평면ㆍ서비스면적ㆍ분양가 피 튀는 경쟁 = 대우와 중흥은 4베이(아파트 전면에 배치된 방·거실) 설계를 통해 통풍과 채광을 극대화했다. 대방은 유일하게 3베이 상품에 대형평형(107㎡, 109㎡)을 함께 선보였다.
견본주택에서는 40~50대 여성을 중심으로 넓은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59~84㎡ 주택형별 서비스 면적은 대방(28~45㎡), 대우(22~39㎡), 중흥(20~38㎡) 순으로 넓었다. 발코니 확장금액도 대방(1120만~1790만원), 대우(886만~1356만원), 중흥(780만~1510만원) 순으로 비쌌다.
건설사 별 ‘저렴한 분양가’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파크푸르지오, 중흥S클래스, 대방노블랜드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각각 1225만원, 1208만원, 1194만원이다. 중흥 관계자는 “3.3㎡당 분양가는 대방이 더 낮지만 총분양가로 보면 중흥이 더 저렴하다”고 한 반면, 대방은 “84㎡ 기준으로 더 넓은 실사용 면적을 고려하면 대방이 더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대우는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을 적용해 계산하면 자사 단지의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했다. 84㎡A 타입 기준 연 3.5%의 대출 이자를 적용하면, 파크 푸르지오의 분양가는 4억700만원이다. 이자비용을 포함한 중흥S클래스(4억2200만원), 대방노블랜드(4억4500만원)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 3기 신도시 영향?…수요자 반응은 = 파주 운정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더해 3기 신도시 등장으로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수요자 사이에서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드물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에서 온 60대 김모씨는 “아들이 이 근방에서 일하고 있어서 반드시 청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3기 신도시가 자리 잡는 데도 10년 이상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서 온 이모(31) 씨는 “신혼부부 청약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며 “이 중에서도 3기 신도시의 영향을 덜 받을 곳을 골라 청약하면 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분양상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방문자 중 실수요 목적이 3분의 2, 투자 목적이 3분의 1 정도였다. 실수요자 중 30대에서는 신혼부부 특공 수요, 50~60대에서는 노후 아파트 교체 수요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 목적의 경우 인근 아이파크, 힐스테이트 등에서 투자를 해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많다는 전언도 있었다.
방문객들에게 견본주택 개관 첫날부터 방문한 이유를 묻자 “청약에 관심이 있고, 실제 분위기를 확인하고 싶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청약전략 짜기에 분주한 모습도 포착됐다. 인근 단지에서 온 권모(40) 씨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며 “3개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청약하는 만큼 잔여가구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통장없이 할인분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