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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 내는걸 밥먹듯 하면서…‘내 탓’은 아니라고?
분노의 이유는 상대방 아닌 내 안에 내재
객관의 눈으로 자신을 인정하는게 첫걸음
부정적 생각 들때마다 “하지만” 외쳐라

한때 수시로 화내는 모습에 이혼 위기
심리학자 하빈의 분노 치료 지침서


“화가 난 남자들 중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은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타협을 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생각을 바꾸거나 타협을 하는 행위를 ‘패배했다’거나 ‘굴욕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일이 자주 있는가? ‘원칙의 문제’라는 표현은 사실 연막일 뿐이다.” (‘비욘드 앵거’에서)

많은 범죄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갑질 사건에서 우리는 ‘화가 나서’, ‘욱 해서’ 한 일이라는 당사자의 얘기를 흔히 듣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라 부르는 이런 일들은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화를 참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만 당사자는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분노 치료 전문가인 토마스 J. 하빈 역시 자신의 분노 조절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결국 아내의 이혼 선언을 듣게 된다. 결혼생활 10년 동안 “그를 ‘터뜨리지 않으려고’ 극도로 조심하며 달걀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는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는 아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분노임을 알게 됐다. 맘에 들지 않게 운전하는 이들에게 경적을 울려대고 아내가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을 비난했으며, 차 정비사가 문제를 지적한 걸 돈 벌려고 지어냈다고 몰아갔다.

그는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과 같은 남자들을 전문으로 치료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을 위한 책을 썼는데, 바로 ‘비욘드 앵거’(교양인)다.

저자는 책에서 분노와 격노를 구별하는데, 격노는 주어진 상황에 즉시 화를 내며 자극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다. 외부 상황에 분노로 반응할수록 화를 자주 내는 경향은 습관이 돼, 특별한 이유없이 맹목적으로 화를 내게 된다. 화가 자주 나는데 자신이 왜 화가 났는지 알수 없다면 바로 격노한 상태다. 격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면 자신을 공격한다고 여긴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도 위협으로 느낀다. 저자는 격노한 남자는 자기가 타인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실제든 상상이든 과거 자신이 참아야 했던 폭력을 보상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정당화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만 화가 나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 꾹 참거나 대화가 늘 논쟁으로 바뀌거나 사람들의 나쁜 점만 본다면 화가 나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나 모임에서 지나치게 경쟁하고 자기 의견보다 다른 사람의 견해가 더 타당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든 것도 화를 부적절하게 표출하는 것이다.

남자의 분노가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대체로 가정에서 일어난다. 화가 난 남자들 다수가 여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데 신체적 차이와 여자들이 참고 견딜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여자는 남자의 잘못된 성격을 바꿔보려 하지만 이는 헛일이다. 


저자는 “남자를 화나게 하는 이유는 남자의 내면에 있기 때문에 남자만이 바꿀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분노를 제어할 수 있을까. 저자는 변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분노 조절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쉽지 않다. 저자 자신도 조절 능력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데 수 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이유는 자기가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 곧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란 것이다.

저자는 “분노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라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두려워 하지 말고 진실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정을 한 뒤엔 최선을 다해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또한 간단치 않다.

저자는 “나도 정말 오랫동안 나는 바뀔 수 없다고, 바뀔 이유가 없다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피해왔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런 경우 변화에 대한 일종의 의식 같은 걸 하는 것도 좋다고 권한다. 가령 오래 쓰고 다녀 낡고 보기 흉할 정도로 더러워진, 좋아하는 야구 모자가 있다면 묻어버리고 새 모자를 쓰라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분노하지 않기로 행동하는 순간, 빈 자리를 채우고 집중할 일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변하는 과정은 자동차를 타고 눈이 쌓인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일과 같다며, 처음에는 변하려는 노력이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새로운 습관에 완전히 적응하면 삶은 평온해진다고 조언한다.

화가 날 때마다 사건과 생각을 기록하고 어떤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 화가 난 이유를 좀더 논리적으로 추론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화를 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기, 칭찬하기, 자신에게 관대하기, 다른 사람을 믿고 도움 받기 등도 분노의 뇌관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특히 화가 난 남자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으로 말하는 방식에 살짝 변화를 주라고 권한다. 가령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거나 부정적인 말을 할 때마다 “하지만”이라고 말한 뒤, 긍정적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거나 적어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내용으로 끝을 맺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책은 곳곳에 저자 자신이 겪은 분노 장애에 대한 고백과 임상 치료자들에 대한 사례들이 들어있어 쉽게 공감이 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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