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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 파병 ‘친구의 나라’…찬란한 문명의 에티오피아
곤다르의 랜드마크 파실게비 궁성 유적
랄리벨라 암굴교회 성지순례 단골 코스
6·25참전용사 121명 안치 트리니티 대성당

BTS·강남스타일·인사말 알아…한류 확산
LG·KT 등 투자·공헌활동…현대화 가속


에디오피아 항공.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함영훈 선임기자] 한국-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유일 직항로, 인천-아디스아바바 노선 에티오피아항공(ET)편이 오는 19일부터 주5회로 증편하면서 두 나라가 부쩍 가까워진다. 신남방외교의 새 지평, AU(아프리카 연합)의 중심지, 에티오피아가 우리를 부른다.

“기린 좀 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출발했던 에티오피아 르뽀는 놀람의 연속, 큰 반전 매력으로 한국인 앞에 성큼 다가왔다. 편견이 무너지면서 문명국의 재발견, “유레카!(Eureka!)”를 외쳤다.

지구상 최초 인류는 318만년전 에티오피아를 누볐던 ‘루시’였다. 3000년전 솔로몬 왕-시바의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메넬리크 1세가 에티오피아의 초대 황제가 된 이후 찬란한 문화를 일군 문명국가였고, 6.25때 불쌍한 대한민국에 6000여명을 파병해 연전연승하던 의리의 강국이었다.
 
아디스아바바 시내 도로 철도가 질서있게 정돈된 중심가.
▶LG, KT가 심은 한국 사랑
=에티오피아는 자연 생태 환경을 잘 보존하면서도 LG, KT 등 한국기업의 투자와 공헌 활동 속에 첨단의 옷을 입기 시작했고, 솔로몬왕-시바의 여왕 후손들부터 20세기 미래 개척자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등이 가꿔온 찬란한 문화를 이어가며 강한 자부심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디스아바바 거리에 나서면 시민들은 일단 “안녕”이라고 말하고는 한국말 인사가 돌아오면 무척 반긴다. 지난해 에티오피아항공의 인천-아프리카 첫 직항로가 개설된 이후 벌어지는 현상이다. 아디스아바바 젊은이 상당수는 ‘BTS’와 ‘강남스타일’을 알고, 한류 동아리가 빠르게 증가한다. 해발 2000m에 있는 이 도시 연평균 기온(15도)은 우리와 비슷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내에 닿는 중북부 도시 바하르다르는 6700㎞에 달하는 나일강 중 3분의2를 차지하는 청(靑)나일의 발원지, 타나호수를 끼고 있다.


바하르다르 타나호수의 아침. 나일강 문명의 원천이다 [함영훈 기자/abc@]
▶타나호의 우아한 펠리카나
=서울의 6배 크기로 수평선을 볼 수 있는 이 호수를 유람선 타고 돌면 페리카나 가족이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은 채 유유자적 노닌다. 장판 같은 고원호수 물결 위로 1인승 쪽배가 여럿 다닌다. 속도가 의외로 빨라 마치 1인승 카누경기 선수 같다. 다인승 조정경기를 보듯, 파피루스 엮은 배 ‘탕크와’에 일렬로 올라탄 어부들이 호흡 맞춰 노젓는 모습도 보인다. 이 호수 안에는 37개의 섬들이 있고, 섬과 반도에는 20여개의 수도원이 있다. 에티오피아 정교 수도사들이 미레트수도원 등을 지었다.

아프리카 두번째 크기의 블루나일 폭포는 우기때엔 바위둑을 범람하듯 두툼한 물줄기를 쏟아내지만, 건기때엔 두세 줄기를 내리 꽂는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찾은 5월은 건기였어도 나일강 문명의 원천이라는 커다란 의미는 변치 않았다.

 
곤다르 옛 도읍지 파실게비 성체 유적.
▶곤다르 파실게비, 시바여왕의 악숨, 찬란한 문명
=바하르다르에서 옛 도읍지 곤다르까지 가는 2시간 동안 버스 차창 밖 풍경이 푸근하고 신비롭다. 아이 학교 보낸 뒤 그길로 일터로 가는, 교육열 높은 에티오피아 아빠의 모습, 달구지와 자동차, 당나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도로 풍경, 엄지 바위산, 악마의코 바위산이 보인다. 곤다르의 랜드마크는 1979년 유네스코 유산이 된 파실게비 궁성 유적이다. 건축양식은 첫 도읍지였던 악숨의 전통에 포르투갈의 영향, 아랍, 인도 건축의 장점, 바로크 양식의 비대칭-곡선 예술미가 혼재돼 있다. 문화 포용력 높은 ‘에티오피아 양식’인 것이다. 900m에 달하는 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건장하면서도 우아한 기품 때문에 영국 아더왕 전설에 나오는 ‘카멜롯’ 성(城)에 비유되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 제작진이 영감을 얻은 곳이다. 현지인 방문객은 한국인들을 보자 손짓하며 반긴다.

첫 도읍지 악숨은 솔로몬왕-시바여왕 후손들이 황제로 지내던 곳이고, 대비마마로서 시바여왕도 이곳에 한동안 거처했다. 수백개의 오벨리스크가 악숨을 대표하는데 이곳을 침략했던 이탈리아가 두번째 크기의 오벨리스크를 약탈해 갔지만 집요한 청원끝에 유엔의 반환결정이 내려졌다. 3000년전 메넬리크 1세가 가져온 ‘계약의 궤’ 속엔 모세의 십계명의 석판도 있다.

 
랄리벨라 7일장 토요장터.
▶불가사의 랄리벨라 하늘 향한 십자가
=랄리벨라 암굴교회 불가사의는 1978년 유네스코 유산이 된 아프리카 최고 건축물이자, ‘제2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성지순례 단골 코스이다. 랄리벨라왕(1181~1221)은 예루살렘을 다녀온뒤 고국에 새 예루살렘을 세우겠다고 맹세한다. 십자군전쟁 와중에 예루살렘이 위기를 맞던 때였다.

옆이나 아래에서 보면 바위산일 뿐이고, 하늘에서 보거나 석굴 안에 들어가봐야 성소임을 알 수 있는 이 암굴교회군은 120년간 세 그룹으로 나뉘어 만들어졌다. 가로, 세로, 높이 11m로 위에서 아래로 파내려가며 만든 암굴교회군의 대표작 기오르기스 교회는 남서쪽에 뚝 떨어져 있고, 북쪽 그룹에는 단일 암석으로 된 현존하는 최대의 교회(가로 33m, 세로 22m, 높이 11m)인 ‘메드하네 알렘’ 등이 있다. 메드하네 알렘은 그리스 신전을 닮았으며 그 안에는 순금으로 된 십자가가 있다. 이 교회 옆에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기리는 3개의 상징무덤이 있다. 뛰어난 프레스코화와 조각으로 장식된 마리암 교회 앞뜰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불임 여성이 몸을 담그면 아기를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연결 동굴을 지나 랄리벨라 요단강 남쪽엔 가브리엘-루파엘, 암마누엘 교회 등이 있다. 가브리엘 교회는 지옥과 천당을 모두 묘사했다. 감동은 지옥굴 체험에서 더 크다. 지옥굴에 들어가면 왼손으론 앞사람의 어깨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벽을 만지며 걸어가야 한다. 몇 분 뒤 다시 서광이 스며들고 여행자들은 지옥에서 탈출한다.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지난날 내 삶은 어땠는지, 잘못한 건 없는지 성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암마누엘 교회에 들어가면 근엄한 자태의 붉은 망토를 걸친 대사제가 반긴다. 그의 십자가 지팡이에 입맞춤을 하고 얼굴을 부비면서 나를 낮춘다. 암굴교회 인근 마을의 토요시장에는 인정이 넘친다.


에티오피아 전통요리‘ 인제라’.
▶한국전 참전 영령들께 “암마쌩 끄날루”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와, 한국전 참전 용사 6037명 중 121명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트리니티 대성당에 서면, 짙은 동지애를 느낀다. “암마쌩 끄날루”(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부족한 감동이 전해진다. 국립박물관에서 인류의 어머니 ‘루시’에게 경배한 뒤, 툴루구야 작가의 회화 ‘아프리카’를 보노라면 가슴 한 켠이 아리다. 아프리카 지도 모양의 나무 밑둥지엔 고통스런 표정이 있지만 위로 갈수록 잘 뻗은 가지가 인간의 두뇌와 지혜를 구현한다. ‘아프리카인들은 원래 잘 하는 사람들인데, 제국주의자들 때문에 수백년 힘겨웠지만, 지혜롭게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곳은 에티오피아 정교 신도 50%, 무슬림 40%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문명화해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그곳엔 제국주의자들을 물리쳐낸 문명인들이 살고 있었다. 순수한 미소, 지혜롭고 노력하는 삶의 태도를 가진 에티오피아는 머지 않아 탄탄한 역사문화의 반석 위에 ‘착한 강국’의 신전을 지을 것이다.
 
abc@heraldcorp.com

[자료협조=에티오피아 항공, 혜초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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