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적 현지업체와 손잡고 협업
시스템 수출로 경쟁우위‘룰’ 선점
성장질주 규제가 발목잡으면 안돼
충격에 취약…현지 리스크관리도
16일 ‘2019 헤럴드 금융포럼’에서 세션2 패널들이 ‘글로벌과 금융혁신’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 |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헤럴드금융포럼’에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동ㆍ서남아시아 진출에 대한 열띈 토론이 이뤄졌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이 결합된 핀테크는 그 동안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전유물이던 해외진출에 우리 금융회사들이 뛰어들 수 있는 ‘최종병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은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온영식 금융감독원 국제협력선임국장, 이관형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본부장, 노용훈 신한은행 글로벌본부장, 오지영 한화생명 해외사업관리본부장,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좌장을 맡은 채 교수는 “학교에서 금융혁신을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 그리고 새로운 금융서비스 생산 방식이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국외 진출은 나라 밖에서 완전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금융혁신의 하나”라고 소개했다.
오지영 한화생명 본부장은 “핀테크와 인슈어테크를 지향하는데 그걸 자력으로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도적인 기술 가진 현지 업체들과 공동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벌여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트남은 2000년대 들어서야 처음 보험업법이 제정될 정도로 보험시장의 역사가 길지 않다. 최근 수년간은 연간 3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에서 18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관형 하나은행 글로벌 본부장은 철저한 현지화에 방점을 찍었다. 현지인과 현지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궁극의 지향점이다.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 핀테크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리 금융사들은 외국에서 한국계 기업이나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주로 했다. 이렇게 하면 언젠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다”며 “하나은행은 비교우위에 있는 ICT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현지의 우량기업을 유치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핀테크 혁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금융규제도 이에 발맞춰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규제 등으로 핀테크 혁신에 제동이 걸리면 해외시장에서도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노용훈 신한은행 글로벌 본부장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현지 금융사, 글로벌 금융사들과 동일한 룰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글로벌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형 본부장은 “국외 점포 하나를 인가받으려면 평균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 금융당국과의 도움과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온영식 금융감독원 국제협력선임국장은 “현지의 감독당국과 교류를 확대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수시로 간담회도 열어 우리 금융사의 여러 사례와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동남아시아에 금융당국이 직접 직원을 파견하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 뿐이다. 상대적으로 금융시스템 기반이 미비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우리나라의 인프라를 적용시킬 수 있다면 금융기관들의 현지 전략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신남방의 기회와 함께 위기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은 “신남방권 국가들 대부분이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다”라며 “유사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금융회사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도 “거시리스크는 구체적으로 환율과 관련해서 나타날 수 있다”며 “계약과정에서 국내 통화를 진출국 통화나 달러를 바꿔서 계약하면 환율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