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6조원의 재정증권이 발행된다. 올들어선 매달 정례화되다시피했다. 지난 4월까지 발행된 것만 23조원이었으니 이달분을 포함하면 29조원에 달한다. 그나마 5월 발행분은 전액 기발행분 상환용이다. 계속 불어나는 건 아니라니 천만 다행이다. 그럼에도 잔액은 13조원에 달한다.
재정증권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모자라는 돈을 시장에서 융통하는 초단기 채권이다. 만기도 한 두달 짜리다. 하지만 많아서 좋을게 없다. 연중 계속 차환 발행만한다 해도 비용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눈덩이 재정증권은 시장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 정부가 돈을 끌어당기니 당연한 결과다. 물론 시장 규모에 비해 심각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하방경직성을 높이는데 심리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경기하강 국면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나오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좋을게 없는 일인 건 분명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정부 곳간이 비는 일은 계속되고 오히려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모든 상황이 그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일단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정부는 예산의 조기집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계획된 예산의 61%를 쓰겠다는게 정부의 계획이다. 계획과 실행간 시차로 빨리 돈을 풀지 못해 안달이다. 여기에다 비온 뒤 죽순처럼 집행액이 늘어나는 사업들이 많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4월말 수급자가 217만 명에 달한다. 올해 정부의 지원 목표가 238만 명인데 벌써 90%를 넘는다. 지난달 말까지 집행액도 725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828억원)의 2.6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세수는 예년과 다르다. 지난해 예상보다 25조4000억원이나 더 걷혔던 세수 호황은 이제 기대난망이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였다는 감안하면 당분간 세수 여건이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로 올해 2월까지 국세수입은 49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00억 원 줄었다. 그 기간 국세수입 진도율(목표액 대비 실제 징수액의 비율)도 16.7%로 전년 동기보다 1.9%포인트 낮다. 이때문에 올해 2월까지 통합재정수지는 11조8000억 원 적자다. 여기서 4대 보장성 기금 등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를 따져보면 적자는 16조2000억원으로 더 커진다. 나라 가계부의 펑크는 당분간 이어지고 초단기 재정증권 발행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게 바로 재정 불안을 의미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