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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스토리]강호갑 “청년들이여, Be ambitious! 성찰하고 노력하는 꿈을 가져라”
-IMF때 부도난 차부품사 인수 ㈜신영, 1조원 기업으로 육성
-중견기업 537개 회원사들이 모인 중견련 회장직 3번째 선출
-”한국인 기업가DNA 팔팔하게 살아 있어 이것 뛰게 해야 나라 산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2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부도난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해 1조원 규모 신영그룹으로 키워낸 경험과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으로서 각오, 그리고 가업승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조문술·김진원 기자] 경남 진양군(진주시) 반성면의 남산 무덤가에서 놀다 먹을 게 없어 삐삐(삘기)를 빨아 먹던 소년. 남의 뽕밭에서 오디 열매 따 먹고 가끔 한 번씩 수박서리 하던 것이 운동이고 영양보충이었던 그는 기업인으로 성장해 1조원대의 자동차부품 회사를 키워냈다.

강호갑 ㈜신영 대표이사 회장. 한국 경제의 허리노릇을 하는 중견기업 537개 사를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으로 3연임 한 강 회장의 인생얘기를 들어봤다.

▶무덤가 뛰놀던 소년 미국 회계사로=1954년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삐삐’를 빨고 ‘오디’와 ‘수박’을 따먹으며 고향 산천을 뛰어놀았다. 1973년 진주고를 졸업했다. 한국 기업사에서 진주는 조금 특별한 곳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성재갑 전 LG석유화학 회장, 박원배 전 한화 부회장, 제진훈 전 제일모직 사장, 이상현 전 삼성전자 사장, 박양규 전 삼성네트웍스 사장 등이 강 회장에 앞서 교문을 들락거린 이들이다.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강 회장은 당시의 가르침을 아직도 생생하게 새기고 있었다.

“1974년 경영학과 1학년 필수과목을 정수영 교수님이 가르쳤습니다. 첫 수업에서 교수님은 칠판에 한자와 영어로 ‘제1강-계속기업, As A going Concern’을 딱 쓰셨습니다. 그리고 저희한테 물으시더군요. ‘느그들 이기 뭔말인지 알긋나?’ 부산 사투리로요. 기업은 노동자, 토지, 자본 생산요소를 합쳐서 계속 성장하면서 사람을 뽑아 일을 하게 하고 임금을 주고 100년, 200년 가는 것이 숙명이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강 회장은 그 가르침을 새기며 학업을 미국에서 이어갔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회계사 활동을 할 때 선박 플랜트 회사를 하던 친형(강호일)의 연락을 받고 돌아와 해외영업을 하며 자기 사업의 꿈을 키워갔다.

▶부도난 회사 인수해 1조원 기업으로=강 회장이 부도위기에 몰렸던 신아금속을 인수한 것은 IMF의 후폭풍이 몰아닥치던 1999년이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 회장은 “자동차 쪽은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자동차의 ‘자’ 자(字)도 모르던 제가 이곳저곳 수소문을 한 끝에 경북 영천에 있는 자그마한 차체 업체를 인수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신아금속은 현대차 1차 협력사로 매출은 300억원에 종업원은 70여명에 불과했다. 당장 고용문제가 불거지며 조직이 어수선해졌다. 강 회장은 전원 고용승계 원칙을 앞세워 직원들의 마음을 추스렸다.

닻은 올렸지만 항해는 험난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설비 구축 문제. 특히, 금형산업은 작은 오차범위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과 무결점이 기업의 생명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회계사 출신 강 회장이 직접 팔을 걷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2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부도난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해 1조원 규모 신영그룹으로 키워낸 경험과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으로서 각오, 그리고 가업승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기존 프레스 생산설비를 계속 사용하면 고강도화로 인한 연신율 감소와 성형성 저하로 성형결함이 발생할 위험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스프링백 현상도 심화돼 부품의 성형 정밀도가 현히 낮아졌겠죠. 설비 개발에 모든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핫 스탬핑 프레스와 롤포밍 프레스 등의 설비를 직접 개발해 낼 수 있었다. 핫 스탬핑은 말 그대로 뜨거운 상태의 철강소재를 도장 찍듯 프레스로 성형한 뒤 냉각시키는 공법을 말한다. 과거 대장장이들이 쇠를 불에 달궈 두드리고 물에 식히는 담금질을 통해 단단한 철 기구를 만들었던 원리를 현재의 열처리 기술에 적용한 것이다.

이 공법을 적용하면 원소재는 가공 전에 비해 3~5배 가량 높은 강도를 지니면서도 무게는 25% 가량 가벼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적은 양의 소재로도 높은 안전도를 유지할 수 있어 제조원가 절감은 물론, 중량 감소로 인한 연비 개선과 연료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기술 개발 성공 이은 글로벌 시장 도전=곧바로 시장이 반응했다. 때마침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 간의 연비전쟁이 발발했다. 자동차의 경량화, 소형화, 친환경화 추세와 그에 따른 소재변경 및 스틸성형 기술 개발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핵심 기술로 급부상했다.

강 회장은 기술개발에 성공한 순간을 회상했다.

“좌절만 수십 번 했습니다. 그만 손을 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진짜 이제는 마지막이다 하고 100번째 실험을 했는데 기적처럼 오차 범위가 목표치에 달성했습니다. 연구실에선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죠.”

이후 신영은 현대차의 미국 진출에 함께했다.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을 건설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2006년 쏘나타와 싼타페의 판매수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협력사들은 줄줄이 경영난에 빠졌다. 다행히 현대차가 단가 인상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해줬다.

현지 직원들과 정부기관, 협력업체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강 회장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풀어갔다. 그러면서 기술개발과 품질향상에도 박차를 가했다. 금형과 성형, 용접 및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독특한 생산 및 공정기술을 적용하며 해외 수출선을 뚫었다. 기술력이 확인되자 거꾸로 해외 자동차회사들이 연락을 해왔다. 수많은 선진국의 자동차 부품 대기업들을 누르고 폴크스바겐, BMW, 포드, 크라이슬러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이후부터 신아금속은 신영으로 이름을 바꾸고 내국법인 7개, 해외법인 3개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해외 법인의 매출 합계는 9660억원으로 1조원 클럽을 눈앞에 누고 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2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부도난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해 1조원 규모 신영그룹으로 키워낸 경험과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으로서 각오, 그리고 가업승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청년들 냉철히 성찰하고 노력하는 꿈, 가져야”
=“청년들이 야망을 갖기를 바랍니다. 보이스, 비 앰비셔스.” 좌표 없이 헤매는 청년들을 위한 한 마디를 부탁하자 이같이 말했다.

“한국 사람들에겐 특별한 DNA가 있습니다. 하면 된다는 그런 DNA죠. 중동의 강소국 이스라엘과 한국을 곧잘 비교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인구 800만명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전 세계 기업인, 부자들의 태반이 이스라엘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못 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들이 우리보다 역사가 깁니까. 인구가 많습니까.”

그는 열변을 다시 이어갔다.

“이를 위해선 기성세대들도 반성해야죠. 지금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임금격차 너무 큽니다. 이거 기업인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대기업 노조 분들에게도 드릴 말씀 많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재단 통해서 일자리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요. 기업이 성장하면서 사람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월급을 주고 일자리를 늘리지요. 결국 이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대타협을 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구조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지금 법과 정책, 제도가 너무 획일적으로 가고 있어요.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운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 아쉬운 것 왜 없겠습니까. 저희 회사만 해도 연구개발 인력을 구하면 마지노선이 판교에요. 그 이하로는 안 옵니다. 제 사업장이 있는 경북 영천까지는 절대 안 오죠.”

성찰있는 노력과 꿈을 가질 것을 청년들에게 주문도 했다.

“한국 사람들이요. 지난 50년, 60년 만에 성공이라는 것이 뭔지 알게 됐습니다. 이 성공한 기업들이 조금만 더 지속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더 대단한 성취를 이룰 겁니다. 청년들은 야망을 갖고 정말 멀리 보고 진지하게 성찰하고 노력하고 체력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보다 더 잘 살고 더 똑똑한 청년들이 이런 야망을 갖길 바랍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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