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디펜버그 교수 “기후변화 혜택 국가-피해 국가 간 빈부 격차 확대”
노르웨이 이득-인도·나이지리아 손해
나이지리아 어린이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기후 변화가 국가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가 달라질 경우 피해를 입는 국가가 있는 반면 혜택을 보는 국가도 있어 세계의 빈부 격차가 더욱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기후과학자 마셜 버크 교수와 노아 디펜버그 교수 연구팀은 22일(현지시간)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세계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연구 결과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세계 기온은 섭씨 1도(화씨 1.8도) 가까이 올랐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난한 국가들은 손해를 본 반면 부유한 국가들, 특히 지난 5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았던 국가들은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최근 수십 년 동안 폭을 좁혀온 국가 간 불평등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감소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가장 부유한 국가와 가장 가난한 국가 간의 1인당 소득 격차는 기후 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25%포인트 더 커졌다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구팀은 1960년 이후 기후 변화로 인해 각국의 기온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계산하기 위해 20여 개의 기후 모델을 조사했다. 그 다음 기온 변화가 없었다면 각국의 경제 성과가 얼마나 됐을지 추정했다.
그 결과 세계 빈곤 국가 중 대부분은 기후 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현재 더 가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반구의 북부 지역에 있는 많은 부유국들은 기후 변화가 없었을 때보다 더 부유해졌다.
1961년에서 2000년 사이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최빈국들의 1인당 소득은 17~30% 감소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들 중에는 인구가 많은 국가도 포함됐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는 기후 변화가 없었을 경우 30% 더 부유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의 경우 29% 더 부유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반대로 석유 및 가스 대량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기후 변화 이후 34% 더 부유해졌다.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온대 지역의 국가들은 기후 변화가 빈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버크 교수는 “부유한 국가들이 화석 연료를 소비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나서 기온 상승의 이득을 취하는 ‘이중 이익’을 계량화한 연구”라며 “다른 국가들은 둘 중 하나 또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는 “기후 변화는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누가 가장 빨리 줄여야 하는지, 빈곤 국가에 일으킨 파괴를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계적 논쟁에 큰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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