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G7중 첫 일대일로 동참
美·日 등은 中 영향력 확대 우려
習, 교황 만나면…관계 개선 청신호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로이터]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ㆍ모나코ㆍ프랑스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선다.
첫 방문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중국의 야심찬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프로젝트와 관련한 양해각서(MOU) 를 체결할 예정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이에 미국과 일본 등은 유럽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며 강력한 견제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시 주석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 만남이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22일 이탈리아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지지 MOU를 체결한다. 이탈리아는 지난 6일 지지 의사를 공식화했다. 초안에는 이탈리아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자금 지원을 받아 공동 사업을 펼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도로ㆍ철도ㆍ교량ㆍ민간항공ㆍ항만ㆍ에너지ㆍ통신 등 분야에서도 협력하는 내용이 있을 것으로 전해진다. 액수는 약 1조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참여 배경과 관련해 “안보동맹보다는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실리 외교를 취하겠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무역 활성화와 투자 촉진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현재 이탈리아는 중국의 19번째 무역 파트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가 통신과 항만 분야 등에서 중국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핵심 기술이 유출되고, 항만과 철도 등 주요 인프라가 중국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은 일대일로가 중국의 정치ㆍ군사적 영향력 확대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한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 이를 경계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홍콩 밍바오에 따르면 유엔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 활동 기한을 1년 연장하는 결의안 채택을 놓고 미국은 결의안에 중국이 요구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협력’이란 단어를 넣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결의안 채택에 진통을 겪었다.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용해 사리사욕만 채우는 일대일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일본도 오는 6월 자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개도국 ‘채무 함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이탈리아 방문 기간 동안 시 주석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깜짝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바티칸 고위 인사를 인용해 “교황청은 적극적으로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뛰고 있지만 중국 쪽에서 아직 공식적인 요청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하는 외국 정상은 바티칸에 들러 교황을 만나는 게 외교 관례로 굳어져 있어 시 주석도 막판에 교황청 방문을 일정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1951년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승인하면서 외교 관계를 단절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9월22일 바티칸과 중국이 ‘주교 임명에 관한 예비 합의안’에 서명한데 이어 이번 만남이 성사되면 외교 관계 복원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