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국방부가 불교의 다른 종단을 제외한 채 조계종 소속 군종법사(군종장교)만 뽑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국방부가 불교의 다른 종단을 배제하고 조계종 종단으로만 군종법사 선발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평등권 침해’라고 판단하고 국방부장관에게 선발 요건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001년 군종법사(군종장교)로 임관한 진정인 A 씨는 2009년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조계종 종헌이 결혼 금지로 개정돼 2015년 제적됐다. 이에 A 씨는 태고종으로 전종해 성직을 유지했지만 군 측은 A 씨를 현역복무 부적합으로 제적해 지난해 7월 전역 처분했다. A 씨는 군종법사를 조계종 종단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현역복무 부적합 처분은 결혼이 아닌 능력과 도덕적 결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아울러 “타 종단의 진입은 교리, 의식절차 통일, 일원화된 지휘체계 확보와 시설 공동사용 곤란 등 종단차원의 합의가 선행돼야 할 사안이며, 이는 군종장교운영심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부결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군종장교는 약 500여명으로 이 가운데 기독교는 통합, 장로, 감리, 침례 등 10여개 교단이 선발 가능한 반면 불교는 50여 년간 조계종 종단으로만 운영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병역법에 따르면 군종장교 병적편입은 학사 학위 이상의 학위를 가진 성직자와 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정 종단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지만 국방부가 군종법사의 경우 조계종 종단에 한정해 운영한 것이다.
인권위는 “군종법사 운영은 이미 진입한 종단의 결정권이 강하게 작용되고 있어 병역법에 따라 사회통념상 종교로 인정되는 교리와 조직을 갖춘 성직의 승인 취소ㆍ양성교육 제도 여부, 국민 전체 및 군내 신자 수, 종교의식ㆍ행사의 원활한 수행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의 경우 조계종 신자 2350만여 명, 태고종 신자는 637만여 명, 천태종 신자는 250만여 명, 진각종 신자는 99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군대 내 불교신자가 6만6000여 명이라고 볼 때, 태고종이 1만여 명 이상, 천태종은 6000여 명 이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이다.
천태종은 지난 2014년 진입하고자 했으나 국방부가 ‘종단 간 합의 필요’ 이유로 부결했고, 감사원은 2014년 동일사안에 대해 감사하고 군종법사를 조계종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공무담임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인권위는 전역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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