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2만명 재판 체험해보니
국민참여재판 평균 무죄율 10.1%
형사사건 1심 선고 무죄율 4.2%
A(52) 씨는 밤 늦게 술주정을 부리던 아들을 목 졸라 살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들은 평소 술에 취해 물건을 부수거나 욕설을 퍼붓는 등 행패를 자주 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 일반인이 판사라면 A씨에게 어떤 형량을 선고할까.
일반인이 재판 과정을 체험하면 사건 개요만 접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형량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재판을 체험한 2만여 명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형량은 집행유예가 39%로 가장 높았다. ‘징역 3년 초과 5년 이하’가 29%로 그 뒤를 따랐다. 이러한 결과는 사건 개요만 접했을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징역 3년 초과 5년 이하’ 실형을 선택한 사람이 27%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를 선택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징역 5년 초과 10년 이하’는 26%, ‘징역 1년 6월 이상 3년 이하’는 21%로 대부분 실형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살인 혐의의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징역이다.
참여자들의 판단은 드라마 형식으로 재연한 사건 현장과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크게 바뀌었다. 프로그램은 아들이 사용하던 신용카드가 정지돼 어머니에게 행패를 부렸다는 사건 경위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법정에서 검사, 변호사의 주장과 A씨의 최후 진술까지 시청해야 최종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는 상세한 사건 경위와 최후 진술 속 A씨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는 모습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A씨 부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사건은 실화로, 실제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징역 5년이었다.
일반인이 재판에 참여하면 비교적 형량이 줄어든다는 경향은 국민참여재판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국민참여재판의 평균 무죄율은 10.1%다. 형사 사건 합의 재판부가 1심에서 선고한 전체 무죄율 4.2%의 2배가 넘는 수치다. 10년 동안 국민참여재판의 피고인이 실형을 받은 비율은 60.3%로 파악돼 형사 사건 1심 평균 45% 내외보다는 높은 편이다. 다만 2016~2017년 국민참여재판 실형률은 38% 내외에 불과해 일반 형사 사건보다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법원은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다.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