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시카고 단골서점을 시작으로 ‘대선 정치인급 북투어’를 시작한 이 책은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이며 권위와 차별에 맞서 취약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미셸의 희망의 연대기이도 하다.
이야기는 미셸이 어릴적 살았던 시카고의 사우스사이드에서 시작된다. 이 동네는 원래 백인과 흑인들이 어울려 살던 동네였으나 백인들이 떠나면서 가난한 흑인 동네로 변했다. 한번은 백인동네에 갔다가 누군가 미셸네 차를 긁어놓는 일을 겪기도 했는데, 어린 미셸은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잘해야 절반이라도 인정받는” 흑인 사회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미셸은 가난한 집안의 흑인여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려 중심을 향해 그런 노력을 차근차근 해나간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고 문법에 맞게 또박또박 말하는 법부터 학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유의 성실함과 승부욕으로 프린스턴대에 입학한 미셸은 하버드 법대까지 진학, 마침내 시카고로 돌아와 일류 법률회사에 변호사로 취직한다. 그리고 인턴 버락 오바마를 만난다.
미셸은 젊은 버락의 강한 목적의식에 감탄스러워하면서도 그것과 함께 산다는 데 부담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책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중심을 잡아가는 미셸의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 앞에서 미셸은 여느 여성과 마찬가지로 불평등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종종 회의와 분노를 오간다. 직장과 집, 아이 뒷바라지에 헐떡거리며, 그는 “마치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버락이 주상원의원에서 연방하원의원으로 다시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과정에서 미셸이 느꼈던 두려움과 갈등 등 내면의 얘기도 털어놨다.
책에는 버락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고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음해도 담았다. 휴가지에서 어린 딸이 아파 총기규제 법안 표결에 빠져 정치적으로 큰 손해를 본 얘기, 오바마의 출생에 관한 트럼프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미셸 자신의 연설을 교묘하게 조작한 가짜뉴스 등 뒷 얘기도 읽을 거리다.
미셸은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여정을 들려주면서 쓸데없이 우리를 갈라놓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길 소망했다. 정치적인 언급 없이도 현 트럼프 정부의 분열의 정치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