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이후 기상재해 없어 곡물가격 하락세
- 연초 이후 농산물 펀드 마이너스 수익률
- 내년 엘니뇨 발생 가능성 증가해 재고 줄듯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근 수년 간 농산물 펀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요 곡창지대에 풍작이 들면서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유지했고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대두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엘니뇨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농산물 펀드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농산물 관련 펀드는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BNPP포커스농산물(채권파생형)’ 상품이 9.57% 손실을 낸 것을 비롯해 다수 펀드가 -5% 내외의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원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 관련 원자재에 동시에 투자하거나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 정도만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농산물 펀드가 부진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대두나 옥수수, 밀이 자라기 좋은 기후가 유지되고 주요 곡창지대에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초 발생한 수퍼 엘니뇨 이후 특별한 기상 이변이 없어 재고가 급증했다”며 “글로벌 공급 초과가 발생하면서 주요 곡물의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자재 섹터와 달리 농산물의 경우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낮다. 반대로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전세계 소비자가 곡물 소비량을 늘리거나 줄인다고 단시간 내에 경작지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주요 곡물과 원당, 커피 코코아 등 소프트 상품 수익률은 -5%로 지난 2016년(-4.23%)와 지난해(-11.92%)에 이어 3년 연속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 기후연구소(IRI)은 지난 9월까지 ‘중급’을 유지했던 ONI(해양엘니뇨지수)를 10월 들어 ‘약한 수준의 엘니뇨 감시’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올 겨울철 엘니뇨 발생가능성이 50% 수준에서 70~75%로 높아졌다.
엘니뇨란 적도 부근의 페루와 칠레 연안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엘니뇨는 남반구에서는 집중 호우와 홍수를 일으켜 옥수수와 대두 등 곡물과 커피, 원당, 코코아의 작황에 악영향을 미친다. 북반구의 경우 미국 내 밀 작황에도 소폭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원자재 시장의 곡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옥수수와 대두, 소맥 가격은 지난 2015년 이후 저점을 통과해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옥수수와 소맥의 기말 재고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요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다만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중국 수출량이 줄어든 대두만 재고율이 상승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 4월 미국산 대두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량을 대폭 줄인 바 있다. 황 연구원은 이에 대해 “대두 가격 역시 겨울철 엘니뇨 발생으로 남미 생산이 차질을 빚고 미국 농가에서 봄철 파종 규모를 축소하면 현재 부셸 당 8.87달러 수준인 가격이 내년 9.23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질에서 많이 생산되는 커피나 코코아, 원당 등 소프트 상품 가격은 환율 안정화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혼돈 속에 치러진 브라질 대선이 우파의 승리로 마무리됨에 따라 헤알화 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달러로 거래되는 국제 시장에서 소프트 상품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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