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이어진 쌀값 고공행진에 식품업계 고심이 크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한 시민이 양곡코너 앞을 지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
-배상면주가 등 가격인상 검토…“막걸리 등 제품 전반 영향”
-급식업체 “당장 인상 없으나 급등세 지속하면 검토 필요”
-다만 이미 가격 오른 즉석밥 제조사는 추가인상 없을 듯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당장 가격을 올리진 못하겠지만 내부적으로 원가 상승 부담이 큰 건 사실이죠.”(A 식품업체 관계자)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쌀값 고공행진에 쌀 소비량이 많은 식품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원가 인상분을 당장 가격에 반영하긴 어렵지만, 쌀값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쌀 20㎏ 가격은 5만3487원으로 1개월 전 4만9421원보다 8.2%, 1년 전 4만1289원보다는 29.5% 상승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40% 넘게 가격이 뛴 8월에 비해 상승폭은 줄었으나, 당시 4만8000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을 기록 중이다.
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통술 제조사들은 어느 업계보다 쌀값 인상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약주 등 생산 제품 전반에 원가 인상 부분이 있어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가격 인상이 아직 확정된 부분은 아니라고 여지를 남겼다.
배상면주가는 쌀이 주원료인 막걸리와 각종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산사춘’과 ‘느린마을 막걸리’ 등이 주력 제품이다. 프리미엄 수제 막걸리와 퓨전 한식 안주 등을 판매하는 ‘느린마을양조장’ 프랜차이즈 사업도 벌이고 있다.
배상면주가가 원재료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다른 전통주 업체들의 동반 인상행렬도 예상된다.
아직 국순당과 서울장수주식회사 등은 쌀값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은 검토 전이라는 입장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쌀보다 포장재나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요인은 있지만 가격 인상까지는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급식ㆍ식자재업계도 쌀값 동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체 대부분이 산지와 연간 계약 재배로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쌀값 인상 여파가 크지는 않다. 더군다나 위탁사와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원가 인상이 있더라도 계약기간 내 식단가 변경은 불가능한 입장이다. 이처럼 당장 단가 조정이 어려운 부분 때문에 일부 업체는 잔반 절감 방안을 고민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을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추후 재계약이나 재입찰 때도 쌀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위탁사와 협의해 단가 인상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즉석밥류 제조사인 CJ제일제당, 오뚜기 등은 앞서 가격 인상을 단행해 추가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햇반(210g)’ 가격(출고가 기준)을 기존 1400원에서 1500원으로 7.1% 올렸다. 오뚜기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 ‘오뚜기밥(210g)’ 가격을 650원에서 710원으로 9.2% 인상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미 쌀값 인상분 등을 반영해 지난 3월 가격을 조정했기 때문에, 추후 쌀값이 더 오르더라도 당분간 추가 인상은 없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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