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고용ㆍ투자 등 핵심 경기지표와 집권층 내부 및 경제주체와의 소통 등 ‘3대 절벽’에 직면해 추락 위기를 맞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위기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재정 ‘마중물’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
규제개혁 통해 민간부문 활력회복 시급
해마다 수 십 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용시장이 갈수록 더 얼어붙으면서 정부 정책효과가 좀처럼 나지 않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다를바 없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일이 반복되지만 실적은 커녕 퇴보를 보이면서 국민적인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근본적인 처방으로 규제개혁을 통한 민간부문 활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다시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도 본예산 기준 일자리 분야 재원은 1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2조1000억원) 증가했고, 추경예산 기준으로는 20조원까지 확대됐다. 내년에는 일자리예산이 2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최근의 고용지표악화와 관련해 지난 19일 긴급회의를 갖고 내년 일자리예산을 전년대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확대키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내년 일자리 예산은 약 2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간 정부는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대폭 확대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올해, 내년까지 예산에서 최우선 투자 중점은 늘 일자리 창출이었다. 2017년의 일자리 예산은 18조원에 달했다. 2016년 일자리 예산 15조8000억원에서 7.9% 증가한 17조1000억원이 본예산에 반영됐고, 추경을 통해 9000억원이 증액됐다.
이렇게 매년 일자리예산을 크게 늘렸는데도 고용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들어 취업자수 증가폭은 6개월째 10만명 안팎으로 추락했다. ‘일자리 쇼크’가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7월에는 취업자수가 불과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8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자수는 7개월째 100만명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이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다.
투입예산이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줄어드는 등 정부의 취업지원 정책의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실제 올해 일자리 1개당 예산이 1억684만원이 투입돼 작년(5403만원)의 2배에 가깝게 늘어났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재정의 ‘마중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등 일자리 창출에 악재가 되는 요인이 산적해 있어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늘리는 데 예산을 마중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재정확장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며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제약하는 규제 개선과 기업하기 좋은 여건 조성 등을 통한 민간부문 활력 회복이 동시에 이뤄져야 재정정책의 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의 고용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임대서비스업 등에서 두드려졌다는 점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경직된 주 52시간제 근무제 등이 고용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대해서도 살펴보고 보완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우 기자/de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