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광장’ 분단문학 금자탑
정부 업적기려 문화훈장 추서
“고전적인 작가적 태도를 가진 마지막 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시대가 가고 있다는 설움이랄까 그런 걸 느낀다.”
23일 지병으로 타계한 작가 최인훈(1934~)을 추모하며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광장’을 시작으로 분단의 현실을 오롯이 증언해온 그의 삶과 문학이 역사의 새로운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시한 숙명여대 교수도 “(우리 문학에서) 매우 지적인 상상력을 보여준 분이 최인훈 선생님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상적이기까지 한 모던한 상상력을 잘 보여줬다. 문체란걸 혁신했고 완전히 다른 소설을 썼다.”고 평가했다.
1934년 국경도시 함북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의 삶은 굴곡진 한국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해방과 함께 원산으로 강제이주당했다가 6.25전쟁의 발발과 함께 부산으로 피난, 미국 통역장교로 활동하기까지 온몸으로 겪어낸 해방과 전쟁, 분단은 그의 문학의 토양으로 자리잡았다.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며 등단한 이듬해, 4.19혁명의 공간에서 탄생한 ‘광장’은 분단문학의 금자탑으로 우뚝 서게 된다.
남북의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서 그 어느쪽에서도 밀실과 광장의 조화로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제3국을 택하는 주인공의 얘기는 문학적 증언이자 사건이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1960년은 학생들의 해이었지만, 소설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그것은 ‘광장’의 해이었다”고 평가했다. ‘광장’에 대한 작가의 열정 역시 대단했다. 1961년 정향사에서 출간한 단행본을 시작으로 신구문화사판, 민음사판, 문학과지성사전집판 등 70년대 중반까지 무려 네 번을 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한문과 섞어쓰던 글을 완전 한글체로 바꾼 건 작가의 또 다른 성과다. ‘광장’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작품으로 통산 204쇄, 70여만권이 판매됐다. 60여년 가까이 꾸준히 읽히는 건 김현의 지적대로 분단의 상황과 함께 인간의 의무와 사랑의 운명이란 고전의 덕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회색인’‘서유기’‘총독의 소리’‘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고인은 실험적인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비롯 설화에 바탕한 토속적인 희곡작품, 20세기인의 운명을 큰 시각에서 조망한 대작 ‘화두’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호흡하고 멀리 내다본 그의 문학의 숲은 넓다. 고인은 그런 자신의 문학을 “피란민의 문학”이라고 정리했다. 정부는 고인의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한다.
장례는 문학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지고,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25일 오전 8시, 발인은 25일 오전 9시.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