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편중 취약한 구조 불안
세계 보호무역 확산도 위협적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수출 엔진이 식어가는 5가지 징후’ 보고서에서 “최근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출이 크게 둔화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며 5가지 근거로 ▷수출 주력업종 내 한계기업 수 증가 ▷취약한 수출구조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불안한 글로벌 경제를 꼽았다.
실제 최근 수출증가율은 점차 둔화, 작년 3분기 24.0%를 정점으로 올해 4~5월 중 5.5%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한경연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수출 주력 업종 내 부실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출 주력 업종 내에서 부실기업이 증가할 경우, 대외환경 악화가 즉각적인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외감기업(자산총액이 120억원을 넘어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기준으로 선박, 자동차 등 13대 수출 주력업종의 한계기업 수는 2015년 370개사에서 2017년 464개사로 3년 동안 94개나 늘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한다.
반도체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취약한 수출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2015년 11.9%에서 올해 1~5월 20.3%로 2년반여 만에 8.4%포인트 급증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와 세계 반도체 시장 간 상관관계가 높은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하락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경우 우리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굴기 선언으로 메모리 반도체 양산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도 위협요소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 발(發) 보호주의의 확산이다.
미국을 필두로 중국, EU의 보복조치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지난 5월말 기준 미국, 중국 등 27개국은 한국 제품에 대해 202건에 달하는 수입규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조사 중이다.
글로벌 경기 역시 둔화되면서 중장기적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성장 둔화, 원자재 수출국 경제회복세 약화로 세계경제 성장률 및 국제교역 증가율이 올해 각각 3.1%, 4.0%에서 매년 0.1%포인트씩 둔화, 2020년에 각각 2.9%, 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수출 둔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지금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경제펀더멘탈이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마저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침하는 불가피하고 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bal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