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골수이식시 독성 이겨낼 기반기술 기대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연구자가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암 면역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은 백혈병 골수이식에서 나타나는 독성을 이겨내는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이영찬)은 미 국립보건원(NIH) 유경록 박사가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 기술을 융합한 면역치료법 개발에 성공했고 그 결과 독성을 이겨내는 백혈병 골수이식 치료의 기반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백혈병은 대표적인 혈액암의 일종이다. 특히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장기 생존율이 30% 이하로 공격적인 암이다. 치료를 위해선 골수이식이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졌지만 이식 성공률도 높지 않고 이식 후 나타나는 부작용이 문제였다. 재발율도 높다.
유 박사는 최근 혈액암과 골수암 등 암치료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CAR-T 세포를 이용하기로 했다. CAR-T 세포(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 세포)는 외부 물질이 아닌 환자 몸 속의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4세대 항암세포를 말한다. 하지만 CAR-T세포는 정상 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세포를 공격하는 단점이 있다.
유 박사는 정상 조혈모 줄기세포에서 백혈병 암세포를 발현시키는 CD33을 CRISPR/Cas9(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제거하고 골수를 이식해 CD33 CAR-T세포를 처치한다면 정상 세포는 CD33 CAR-T세포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웠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 편집 물질을 이용해 몸 속 문제가 있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고 그 부위에 정상 유전자를 삽입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이다. CRISPR/Cas9 기술은 3세대 유전자가위로 현재까지의 유전자가위 중 가장 진보된 기술이다.
유 박사는 이렇게 유전저가위를 이용해 CAR-T 세포를 편집한 골수를 면역이 결핍된 마우스와 인간과 유전적으로 95% 이상 일치하는 영장류에 이식했다.
그 결과 해당 조혈모 줄기세포가 CAR-T 세포 공격에서 생존함을 입증했고 독성을 이겨낼 수 있는 백혈병 골수이식 치료의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 박사는 “향후 해당 기술을 활용해 백혈병 환자의 골수 이식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면역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혈액암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및 미 국립보건원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Cell’저널에 5월 31일자로 게재됐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