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 여직원을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 여직원이 집에서 스스로 나오지 않았을 뿐 감금된 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공동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정ㆍ문병호ㆍ김현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설명=18대 대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개입 댓글을 단 의혹을 받는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 씨] |
이 의원 등은 2012년 12월 11일 자정 무렵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 야당 비난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여직원 김하영 씨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 찾아갔다. 이들은 김 씨에게 “컴퓨터를 경찰에 제출하거나 확인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씨가 거부하며 문을 열지 않자 35시간 동안 집 앞에서 대치했다. 현장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과 당직자들, 경찰과 기자들이 있었다. 김 씨는 집 안에서 인터넷 방문 기록을 포함한 파일 187개를 지운 뒤 경찰에 컴퓨터를 넘겼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 씨가 불법 감금됐다고 주장하며 이 의원 등을 고발했다. 검찰은 의원들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유ㆍ무죄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정식 재판을 열었다.
3년 9개월 간 이어진 재판에서는 이 여직원이 오피스텔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됐다”고 주장했지만, 이 의원 등은 “대선 개입 활동에 관한 증거를 없애려 스스로 오피스텔에 남은 것”이라 맞섰다.
1ㆍ2심은 “김 씨가 업무용 컴퓨터를 빼앗기면 직무상 비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데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밖에 나가지 않았다”며 이 의원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의원등이 컴퓨터 자료가 삭제되기 전에 제출받기 위해 오피스텔 앞에서 대기했을 뿐 김 씨를 가둘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결론도 같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직원들을 시켜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글 등을 작성한 혐의(국정원법ㆍ공직선거법위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한 상태다. 지난해 시작된 검찰 수사에서는 국정원이 직원 뿐 아니라 민간인팀을 동원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댓글부대에 속해있던 민간인들과 관리업무를 담당한 국정원 직원들도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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