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였던 지난해 11월께부터 회사원 문모(43) 씨의 팔뚝에는 하나둘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했지만, 실수였다. 추운 겨울이 되면서 증상이 심해지더니 이내 온 팔을 뒤덮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껴 병원을 찾은 그는 결국 건선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문 씨는 “최근 한파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기승을 부리면서 증상이 심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춥고 건조한 겨울은 피부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건선 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면역 매개성 질환인 탓에 피부가 건조해지는 겨울에 관리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계절을 가리지 않고, 최근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세먼지도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에는 햇빛 속 자외선이 줄고, 노출 빈도도 낮아진다. 습도까지 낮아 피부가 건조해지며 대다수 건선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헤럴드경제DB] |
▶건선, 단순한 피부 건조증으로 보면 곤란=전 세계적으로 건선 유병률은 0.1~3%이며, 우리나라 유병률은 1%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남녀 간 유병률 차이는 없다. 연령별로는 20대에 처음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이어 10대ㆍ30대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 환자의 25% 정도가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 최선영 인제대 서울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부모가 모두 건선 환자인 경우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이 41%, 부모 중 한 명만 환자인 경우 자녀가 건선에 걸릴 확률은 14%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건선은 피부가 두꺼워지고 붉고 하얀 각질과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증상이 오래되면 고름이 발생하는 등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대사증후군, 심혈관계 질환의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피부 질환이라기 보다 전신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어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건선을 단순히 피부 건조증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계영철 고려대 안암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관절염 등 전신에 걸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면역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성 질환“이라며 ”건선은 유전적ㆍ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선이 있다고 피부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 반드시 만성 질환 여부 등 전신을 살펴야 한다”며 “감기에 걸려도 건선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도 “세균, 특히 사슬알균 감염에 의한 편도선염, 인두염 등에 걸려도 건선이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건선의 주요 증상인 각질은 주로 무릎, 팔꿈치, 엉덩이 등에 은백색으로 발생한다. 두피에 발생하면 비듬처럼 옷깃과 주변에 하얗게 떨어져 심리적인 위축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건선 환자의 30~50%는 손ㆍ발톱에 변화가 생기며, 움푹 들어가는 손발톱 함몰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손발톱 함몰은 발톱보다 손톱에 더 흔하게 발생한다.
▶“미세먼지, 염증 상태 피부 가진 건선 환자에 악영향”=건선의 유발 요인은 피부 외상, 감염, 기후, 피부 건조, 내분비이상, 정신적 스트레스, 약물, 술, 담배 등이다. 그 밖에 일광화상, 바이러스에 의한 피부 발진 둥의 자극으로도 건선이 생길 수 있다.
피부 건조는 건선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건선 자체는 물론 낮은 습도라는 겨울의 특징도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요인이다. 과도한 목욕이나 잦은 사우나도 피부의 수분과 피지막을 제거시킨다. 목욕, 사우나도 피부를 더욱 건조해질 수 있어, 건선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미세먼지도 건선 악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미세먼지가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고 이미 연구를 통해 보고됐다”며 “건선 환자도 역시 아토피 피부염처럼 피부에 만성적 염증이 있어서 미세먼지가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건선을 악화시킨다. 최 교수는 “건선 환자의 30~70%는 스트레스와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건선의 중증도가 심할수록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는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건선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진 약물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리튬, 심장병 또는 일부 고혈압 치료제, 결합조직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말라리아제 등의 약물이 있다. 술과 담배는 건선을 악화시키는데, 특히 흡연은 손발바닥 고름 물집증과 관련성이 매우 높다.
건선 치료의 목표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병세를 현저하게 호전시키면서 장기간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건선이 몸에 퍼져 있는 정도에 따라 가벼운 경우 바르는 약으로 쓸 수 있고, 자외선 치료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 뿐 아니라 환경 조절이나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계 교수는 ”건선은 주로 여름철에 환자가 줄어든다. 자외선, 따뜻한 온도, 수분이 건선 증상의 발생을 줄이기 때문”이라며 “건조한 날씨와 추위는 건선의 악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선으로 진단받았다면 증상이 완화됐다고 치료를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보습에 신경 쓰는 등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증상의 발현과 정도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