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동안 표층수온 1.31℃나 올라
자리돔 등 토종어종 독도로 이동
제주 근해 아열대 어종 부쩍 늘어
한 달에 열흘만 바다에 나가도 200~300만원은 거뜬했다. 제주 해녀에게 바다는 은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해녀들의 소득원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제주 지귀도에서 물질을 하는 강복선 해녀는 “10여년 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전복의 양이 줄었다”고 말했다. 제주 특산물인 오분자기는 아예 씨가 말랐다. 수온 상승으로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며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인 전복ㆍ소라ㆍ오분자기의 먹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1면
한반도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헤럴드경제 리얼푸드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량 자원의 미래를 돌아봤다. 세계 4대 식량 자원인 감자(페루)를 시작으로 옥수수(케냐), 쌀(베트남), 커피(페루ㆍ베트남), 아몬드(미국)에 닥친 위기를 살폈다. 이번엔 국내로 시선을 돌려, 수산물과 농산물의 주요 변화를 들여다봤다.
국내에서는 그 양상이 더 두드러진다. 지난 100년 간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1.5℃ 상승했다. 세계 평균 기온이 0.7℃ 상승한 것보다 더 높다. ‘기후변화 관련 정부간 협의체’(IPCC)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100년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4.7℃,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5.7℃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60년 간 한반도 해역의 표층 수온은 1.31℃가 올랐다. 바다에서의 1℃는 육지에서의 10℃와 같다. 수온이 높아진 제주 바다에선 아열대 어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자리돔과 같은 토종 어종은 울릉도와 독도로 이동했다. 정착성 어종은 사라지고, 고등어나 갈치 등 이동성 어종이 제주 근해에 부쩍 늘었다.
울릉도의 조업 조건은 해마다 척박해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울릉도에선 ‘오징어 경제’를 영위했다. 지난해 오징어 생산량은 937t. 어민들은 ‘해방 이후 가장 적은 양’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수온 상승과 바다환경의 변화로 오징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까지 겹치면서 그 많던 오징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은 농업 생산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절에 따라 재배지역이 정해져있던 배추가 입는 타격이 크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태백산맥과 대관령의 여름배추는 재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과 재배 면적은 과거 30년과 비교, 2100년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주=고승희 기자/s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