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언어의 온도’‘82년생 김지영’‘자존감 수업’‘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7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연간 베스트셀러 1~4위 목록(교보문고 집계)이다. 10위 안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죽이기1’(8위),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9위)도 들어있다.
베스트셀러 10위 안에는 소설이 네 권 들어있다. 100위 안으로 넓히면 무려 25권이 소설이다. 가장 많이 팔린 책 4권 중 1권은 소설이란 얘기다. 이를 반영해 소설은 전년 대비 12.6% 성장했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에 힘입어 소설시장이 달아오른 데 더해 올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소설은 두 자리 수 성장률을 보이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고 교보문고는 밝혔다. 소설 점유율은 지난해 9.1%에서 올해 10, 1%까지 뛰었다. 10년래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소설은 3.7% 성장에 그쳐 씁쓸함을 남겼다. |
온라인서점 예스24의 통계도 순위의 뒤바꿈이 있을 뿐 다르지 않다. 10위 안에 ‘82년생 김지영’‘기사단장죽이기 1,2’ 등 세 권의 소설이 올랐고, 100위 안에는 15권의 소설이 포함됐다. 그런데 예스24에 따르면, 국내문학은 전년대비 1%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것도 에세이와 시가 포함된 통계다. 올해는 누가 뭐래도 ‘에세이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올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등의 에세이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와함께 TV드라마 ‘도깨비’의 영향으로 김용택의 시모음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문학 1% 성장이란 수치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교보문고의 통계와 예스24의 통계의 격차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교보문고가 발표한 소설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12.6% 늘었다는 수치에는 해외 소설이 포함돼 있다.
국내 소설 시장만 따지면, 성장률은 전년 대비 3.7%에 그친다. 해외소설은 무려 17%나 판매가 늘었다. 그 중심에 일본 소설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에 더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까지 일본소설은 펄펄 날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시·에세이는 전년대비 14.1% 늘었다. 여기에도 해외분이 많이 포함됐다.
두 서점의 분류법을 통합, 비교해하면, 시·소설·에세이를 포함한 문학의 국내와 해외를 합치면, 교보문고는 26,7%의 성장률을, 예스24는 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교보문고의 점포와 온라인 비중이 6대 4정도임을 감안하더라도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독자들은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출판사들은 책이 안팔린다며, 출판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제대로된 통계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출판 데이터는 산업의 기초이며, 시대의 요구와 감수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출판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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