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서구문화권의 경우 나라에서 나서 권장식단을 만들기도 했다.
권장식단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스웨덴이었다. 스웨덴 국립 보건복지위원회가 만든 푸드 식단표는 매 끼니마다 영양소별 균형잡힌 식사를 권장했다. 1972년 당시 농산물 파동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하자 나라에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푸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스웨덴의 푸드 피라미드에 영감을 받아 태어난 것이 미국 농무부(USDA)의 푸드 피라미드다.
1992년 4월 탄생한 USDA의 푸드 피라미드는 총 4개 단에 영양군별 음식물을 배치했다. 미국식 푸드 피라미드에선 가장 아랫단에 빵과 같은 탄수화물을 배치했고, 그 위로 채소와 과일, 그 위로 유제품과 단백질, 그 위로 지방과 오일, 당류가 배치됐다. 식품의 60%를 탄수화물로 섭취하고 지방은 최소화한 식단 구성이다.
문제는 이 피라미드가 만들어지던 과정에서 농식품업계의 로비가 치열했다는 사실이다.
애초 USDA 영양학자들은 하루 세끼 5~9 접시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먹으라고 권장했지만 과일과 채소 양은 2~5접시로 교체됐다. 전체 곡물 양은 두배로 늘었다. 이 피라미드는 미국의 각 가정과 학교에서 충실하게 따르는 권장식단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푸드 피라미드 도입 이후 비만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마이 피라미드>
푸드 피라미드는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쳤다. 2005년 개정할 당시엔 미국 성인의 약 65%가 비만이었다. 이에 맞춰 등장한 개정판인 ‘마이 피라미드’는 개인별 연령과 활동량에 따라 12가지로 세분해 식단을 짰다. 하지만 이 식단 역시 구분이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비판이 많았다.
<하버드 피라미드>
정부에서 발표한 권장식단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2005년 미국 하버드 대학이 나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형태를 선보였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에선 1980년대부터 12만명의 간호사와 5만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식단 구성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지속했다. 하버드대는 이 피라미드를 통해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을 구분했고, 탄수화물은 정제 탄수화물과 통곡물로 구분했다. 지방이나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쁘다는 통념을 깬 식단이었다.
<마이 플레이트>
이후 미국 농무부는 ‘마이 플레이트’(My Plate)를 선보였다. 2011년 6월 등장한 이 형태는 한 눈에 들어오기 쉽게 식단 구성을 최소화했다. 4분할된 접시가 기본이고 한 가지를 첨가했다. 총 과일, 채소, 곡물, 단백질에 유제품을 섭취하는 방식이다. 접시의 절반은 채소와 과일로 채우고, 나머지 1/4는 곡물, 1/4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기존 피라미드에서 곡물을 대표하던 빵과 단백질을 대표하던 고기가 사라진 형태다. 특히 ‘마이 플레이트’에선 ‘단백질=육류’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접시의 한 쪽을 육류 대신 ‘단백질’로 표기했다.
USDA에 따르면 ‘마이 플레이트’ 권고를 가장 잘 지킨 남성을 추적 관찰한 결과 향후 8~12년 동안 심장질환, 암은 물론 각종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시 이팅 플레이트>
‘마이 플레이트’는 이후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에 의해 부족한 점을 고안한 형태로 다시 작성됐다. ‘헬시 이팅 플레이트’(Healthy Eating Plate)라는 이름의 식단에선 ‘마이 플레이트’와 마찬가지로 야채와 과일을 접시의 절반으로 삼고 나머지 1/4는 통곡물, 1/4는 건강한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했다. ‘마이 플레이트’와의 차이점은 더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야채 섭취에도 규정이 있다. 하버드 대학은 감자는 야채로 포함하지 않았다. 거기에 트랜스지방을 피하고, 버터는 제한하되 건강한 오일을 먹는 것을 권장했다. 설탕이 들어있는 음료는 피하고 우유와 유제품은 하루에 1~2잔으로 제한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 따르면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식단과 가장 근접한 식단을 유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남성은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보다 주요 만성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20% 낮았다. 그 중 해당 식단을 가장 잘 따른 남성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40%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hee@heraldcorp.com
[사진=미국 농무부, 하버드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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