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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의 시작은 관객… ‘당신이 시작하라’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기념
英예술가그룹 ‘블라스트 씨어리’ 한국 개인전
개인적이면서도 묵직한 질문…관객참여 유도


1991년 결성된 영국 예술가그룹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ㆍ매트 아담스, 주 로우 파, 닉 탄다바니치)’의 첫 한국 개인전이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론을 비난하라’는 뜻을 지닌 이 그룹의 전시 주제도 파격적이다. ‘당신이 시작하라(You start it)’. 전시 제목이라기보다는 강령에 가깝다.

강력한 주제와 달리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총 7개의 작품은 무척이나 섬세하다. 특히 ‘관객’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구조가 그렇다. 사회참여적 혹은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예술작품들이 강한 톤과 어조로 관객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가 잦아, 오히려 관객들을 참여에서 멀어지게 하는 실수를 이들은 저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각각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흐려지지도 않는다. 

블라스트 씨어리, 앞을 향한 나의 관점 My Point Forward [제공=백남준아트센터]

7개의영상물들은 1991년 블라스트 씨어리 결성이래 줄기차게 주장해 온 사회구조, 권력, 통제가 어떻게 개인의 삶과 연관되고 변화하는지 특히 미디어의 사회 정치적 맥락을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이다. 영국 런던과 한국 서울에서 각각 5개씩 촬영한 영상물을 이어붙인 이 작품은 고정된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파노라마로 촬영한 작품이다. 관객이 특정 장소에 서서 주변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상에는 내레이션이 따라 붙는데, 이는 다른 관객이 녹음한 것으로 영상 자체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핵심은 작품 뒷편에 마련된 공간에 있다. 앞의 커다란 스크린과 같은 영상이 상영되는데, 관객은 이 작은 부스에 앉아 영상을 보고 영상에서 묻는 질문에 대답하도록 유도한다.

예를들면, 선유도공원을 촬영한 영상에는 어린아이와 가족이 등장하는데, 이들의모습을 보면서 ‘누가 당신을 기억하고 무엇이라고 말하면 좋겠습니까’ 라는 질문이 나오는 식이다. 관객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녹음할 수 있고, 녹음된 대답은 다시 작품의 일부가 된다. 3분여 짧은 시간이나 영상을 찬찬히 보다보면 블라스트 씨어리가 던지는 사적이지만 동시에 묵직한 질문에 ‘대답하고 싶은’ 상태가 된다.

나머지 작품들에서도 이같은 섬세한 장치를 통한 질문이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관객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에서 작가들의 내공이 느껴진다.

블라스트 씨어리의 멤버인 매트 애덤스는 “권력 혹은 통제를 누가 하는가 하는 질문은 거대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개인의 삶, 우리 일상과도 맞닿아 있다”며 가장 사적인 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정치적인 부분을 건드린다고 답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관장은 “최근 예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작가의 프로젝트들이 유행처럼 흘러간다”면서 “블라스트 씨어리의 작품들은 진정성과 깊이 있는 태도로 사회주제를 다루고 있어 많은 작가들에게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관장은 블라스트 씨어리에 대해 “진정성과 깊이감이 있으면서 우리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부터 현재의 보편성까지 모든 맥락을 다 꿰뚫으면서 하는 작가”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번 전시는 블라스트 씨어리의 2016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기념전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백남준과 같이 새로운 예술영역의 지평을 열고 끊임없는 실험과 혁신적 작업을 선보이는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제정됐다. 전시는 내년 3월 4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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