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김별아 지음, 예담)=소설가 김별아가 인생의 징검다리가 되어준 글 100편을 골라 그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사유한 에세이. 작가는 맹자, 정약용, 아리스토텔레스, 괴테, 쉼보르스카 등 위대한 인물들의 한 줄의 문장 혹은 말에서 때로는 옛 속담에서 희망과 위로, 삶의 비밀을 발견해낸다. “인생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기적은 없다고 믿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것이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말을 통해 저자는 일상이 어떻게 기적이 될 수 있는지 삶의 태도에 대해 들려준다. 또 “나는 나를 주인으로 하니 나 외에 따로 주인이 없네. 그러므로 마땅히 나를 다루어야 하나니 말을 다루는 장수처럼”이라는 ‘법구경’의 한 소절을 빌려 작가는 인간이 끝내 잊지 말아야할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은 바로 ‘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경종을 울린다. 애써 고른 100편의 글을 두레박 삼은 글에는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소설을 쓰는 이유 등 작가로서의 치열한 삶도 내비쳤다.
▶왕이라는 유산(김자현 지음, 김백철 등 옮김,너머북스)=“사도세자는 영조의 성군상을 향한 갈망과 정당성 입증을 위한 열망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김자현 콜롬비아대 교수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조선시대 성군상에 비쳐 새롭게 해석해낸다. 18세기 신유학의 군주상은 평범한 사람도 수신을 하면 최고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성인군주의 이상에 기초한다. 저자는 영조는 신유학의 성군상에 가장 매혹적인 본보기였으며, 사도세자는 영조의 성군상을 향한 갈망과 정당성 입증을 위한 열망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며,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영조의 탕평책과 관련 “한국학계의 탕평론은 끊임없이 유해하기만 한 붕당론에 대항하여 쓰였고, 그 붕당론은 종국에 앙조의 멸망을 이끈 타성과 혼란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차라리 영조가 붕당정치의 대안을 모색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서구의 한국학 2세대의 선구자 격으로 이 책은 서구 한국학 연구의 입문서에 해당한다.
▶새로움에 대하여(보리스 그로이스 지음, 김남시 옮김, 현실문화)=‘창조적 혁신’ ‘파괴’ ‘핫트렌드’ 등 새로움에 대한 소비가 넘쳐나는 시대다. 도대체 새로움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새로움에 주목하고 열광하는 걸까? 철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그로이스에게 새로움은 뭔가 더 특별하거나 더 낫거나 더 참된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이전과 뭔가 다른 것’이다. 그에 따르면, 새로움은 결코 초월적인 그 무엇도 아니며, 과거와 총체적으로 단절하는 게 아니다. 상호 비교를 거쳐 동시대인들에게 차이가 있는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새로움이다. 그로이스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참됨 혹은 우아함이 가치절하되고, 이전에는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지던 세속적인 것, 낯선 것, 원시적인 것 혹은 속된 것이 가치절상”되는 혁신이 새로움의 생성 메커니즘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가치전도다. 저자가 새로움을 문화경제적 현상으로 본 것은 매우 흥미롭다. 문화는 혁신 가능성 대문에 경제논리가 가장 월등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새로움을새롭게 사유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