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달라붙은 말발굽 모양 자석
사비나미술관 ‘테리보더…’展
남녀마음과 둘의마음 한공간에
환희-기쁨 등 세심한 사랑 묘사
서울미술관 ‘사랑의 묘약’展
예술이 다루는 영원한 주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가 한창이다. 빵, 과자, 계란, 과일 등 일상에서 만나는 음식으로 사랑을 통찰하는 ‘테리보더-먹고, 즐기고, 사랑하라’전(사비나미술관)은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가 각각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한 ‘사랑의 묘약-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전(서울미술관)은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라고 조언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사랑에 유쾌함을 더하고 싶다면 ‘테리보더’전=한 쌍의 바나나가 껍질을 벗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포옹하고 잠든 모습이 위트가 넘친다. 말 발굽모양의 자석 한 쌍은 N극과 S극이 철썩 붙었다.
서로 다른면에 끌렸나보다. 플레잉카드의 다이아몬드 킹은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파내 하트 퀸에게 구애하지만, 하트 퀸은 하트 킹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다이아몬드는 여자들의 최고 친구’라는 문구가 무색하다.
말장난 같기도 한 이 전시는 보는 내내 웃음이 난다. 제목과 작품을 함께 보다보면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훔쳐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철사를 이용해 음식과 사물에 인격화된 캐릭터를 부여하는 미국 작가 테리보더(52)의 개인전이다.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은 ‘먹고, 즐기고, 사랑하라’는 주제로 테리보더의 첫 한국전을 개최한다.
테리보더는 이처럼 재치있는 사진들로 인터넷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감자칩, 레몬, 바나나, 쿠키, 숟가락, 양초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품들로 특정 스토리를 담아내는데, 쉽고 재미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루나 이틀정도 대상을 관찰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작가는 “내가 잘 하는건 블랙코미디인데, 어디까지가 유머이고 어디부터가 희화화인지 늘 고민한다”고 했다. 전시에는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등 사회 세태까지 유머러스하게 다뤘다. 12월 30일까지.
▶우린 사랑하지만, 달라… ‘사랑의 묘약’전= 남자는 한국에, 여자는 뉴욕에 산다.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같다. ‘롱디’(롱 디스턴스ㆍ장거리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사람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는 것을.
공간도 시간도 다르지만 분명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늘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 한다. 커플 아티스트 ‘신단비이석예술’의 ‘하프 앤 하프(Half and Half)’(2015) 프로젝트다.
서울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획전으로 ‘사랑의 묘약-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전을 개최한다. 총 10개 방에서 진행되는 전시엔 남자(5개)와 여자(4개)의 마음 그리고 둘의 마음(1개)을 타쿠 반나이(Taku Bannai), 밥 캐리(Bob Carey)와 신단비이석예술, 신왕(Hsin Wang)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신예 작가들의 시리즈 작품 총 100여점으로 살펴본다.
환희, 두려움, 기쁨, 설렘, 공허 등 온갖 감정을 포괄하는 ‘사랑’에 대한 작가들의 섬세한 묘사가 탁월하다. 특히 대만태생의 사진작가 신왕의 ‘디 셀핑(De-selfing)’시리즈는 쉽사리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 작가는 몇 번의 연애 실패 끝에, 성공적사랑을 위해선 집착을 버려야한다는 걸 깨닿고 이를 작업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주목해야할 신예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시는 이탈리아의 세계적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과 그 플롯을 같이한다. 오페라의 극에서 키워드를 추출한 뒤 그에 어울리는 작품을 선보인다. 오페라의 입체적 감상이기도 하다. 전시는 내년 3월 4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