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성진 불가’ 기류도 부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뿐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도 낙마 위기에 처하면서 청와대도 거센 책임론에 직면했다.
야권은 “인사 참사”라며 청와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여권 내에서조차 반발이 상당하다는 건 청와대로선 더 뼈 아프다. 야권은 청와대 인사라인 책임론까지 부각시킬 조짐이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이날 국회 내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특별히 청와대 내에서 (후보자 거취와 관련) 논의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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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추 대표는 전날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하고 있다”며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헌재소장 자리를 날려버린 것은 염치가 없는 소행”이라며 독설을 쏟아내 야권의 공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 대표가 야권의 야성을 키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
분위기는 자진사퇴 기류로 모이고 있다. 청와대가 임명 철회하게 되면 당장 청와대 내 거센 책임 추궁이 일 수 있다. 앞선 인사 논란에서도 청와대가 임명 철회하는 대신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여권 내에서도 임명 불가 기류가 강하다. 여권이 청와대 대신 총대를 메고 박 후보자를 압박,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떤 형식으로든 박 후보자가 낙마하면 청와대는 책임론에서 피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인사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인사로 더는 새 정부가 발목 잡혀선 안 된다는 의지를 담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질책이라기보단 최선을 다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오히려 인사는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고, 박 후보자 역시 낙마 위기인데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선 박 후보자나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인사와 정치적 ‘빅딜’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으나, 김 전 후보자 사례처럼 국민의당 등이 김명수 후보자 표결에 적극 협조하리란 보장도 없다. 자칫 모든 카드를 잃을 수도 있는 셈이다.
야권은 박 후보자 논란을 계기로 청와대 인사라인을 정조준하고 있다.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라인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발이다. 박 후보자의 경우에도 청와대는 박 후보자의 한국창조과학회 활동을 사전 인지했다. 하지만 학계에 인 거센 파장까지 제대로 예측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인사 과정에서 200여개 항목의 정밀자기검증서를 제출하고 이를 분석ㆍ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절차가 현실성 있게 이뤄지는지 여부다. 이 항목 중엔 ‘임용 이후 이의 제기가 예상되는 학술단체 등이 있는가’란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 인사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항목이다.
박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김이수 전 후보자를 포함, 새 정부의 7번째 고위직 낙마 사례가 된다. 인사 초반엔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한 새 정부의 특성이 참작됐다 해도 이날까지 출범 126일째를 맞이하면서 이 같은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