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먹어도 된다면 왜 폐기?”…불신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살충제 계란이 치명적이지 않다’는 당국의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8시께. 서울역사 내 한 텔레비전 앞에는 시민들의 시선이 뉴스에 고정돼 있었다.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는 식품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이날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하루동안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를 먹어도 위해하지 않다”며 “성인기준 평생 매일 2.6개를 먹어도 괜찮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살충제 계란’ 논란에 한 소비자가 서울시내 대형 마트에서 계란 대신 메추리알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가장 많은 농장에서 검출된 비펜트린의 경우 극단섭취자의 위험도는 한계값(ARfDㆍ급성독성참고량)의 최대 7.66%∼27.41% 수준으로 나왔다. 최대로 오염된 계란을 3∼6세는 11개, 성인은 39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장 시민들은 ‘이걸 어떻게 믿나’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직장인 김석현(35) 씨는 “살충제 계란이 위해성이 없다고 설득하고 있는데, 마치 폭력을 저지르고 ‘이 정도로는 죽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기적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엄격한 식품안전 기준을 적용한다해도 못믿을 판에 상황을 무마하고 회유하려는 모습에 실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서유정(43) 씨는 “안전하다면 왜 계란을 폐기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서 씨는 “먹자마자 죽지 않아도 서서히 몸이 병들어갈지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닌가”라며 “살충제 독성이 암, 면역질환 등 치명적 병을 만들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오택근(55) 씨는 “사실상 수십년 계란을 먹어왔지만 크게 문제가 없지 않았는가”라면서 “이보다 지나친 음주, 담배 등과 같은 그릇된 생활습관이 오히려 몸에 더 해로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식약처의 해명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혼선과 부실조사, 허술한 친환경 인증제 등으로 당국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방역당국은 무작위로 계란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 농장이 골라준 것을 받았다가 재조사를 벌이는가 하면, 농축식품부는 지난 18일 ‘계란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가 하루 만에 검사항목을 빼먹은 사실을 알고 420개 농장 재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난각코드도 여러번 수정해 혼선을 빚었다. 21일에는 7개 농장의 난각 코드를 또다시 정정했다.
summ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