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정책방향과 국정과제에 맞춰 단행될 기획재정부 조직개편의 윤곽이 보인다. 하지만 알려진 내용은 보여주기식 헤쳐모여와 네이밍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듯해 기대보다 실망이 앞선다. 부총리급 경제정책 총괄부처의 자존감이나 무게감은 간데없고 공약이행 선봉대로의 자임선언처럼만 보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조직개편의 큰 틀은 J노믹스를 주도할 경제구조개혁국을 신설하고 기존의 미래경제전략국은 장기전략국으로, 재정기획국은 재정혁신국으로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일단 변경된 부서의 명칭이 마치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고 나면 해체될 듯한 느낌이다. 개혁, 혁신이란 단어에 집착하다보니 태스크포스팀에나 어울릴듯한 네이밍이 되어버린 것이다. 잘못된 걸 바로잡고 방향을 튼다는 의미가 강한 경제구조개혁이나 재정혁신은 항구적으로 유지돼야 할 정책의 큰 틀로 보기는 어렵다. 정권이 바뀌면 개혁과 혁신은 더 큰 개혁과 혁신을 부른다. 이번에 조직개편으로 사라질 이름도 물가구조팀, 공공혁신기획관 아닌가.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지만 그건 끊임없이 변화하자는 노력의 의미이지 계속 뒤집어 엎으라는 건 아니다. 애매한 용어인 미래경제(전략국)를 버리고 장기(전략국)란 명칭을 선택하면서 재정기획(국) 대신 재정혁신(국)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는 상충되는 행태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역시 신설되는 경제구조개혁국이다. 기존 미래경제전략국의 인력정책과가 일자리정책과로 이름표만 바꿔붙여 옮겨가고 복지경제과도 같이 간다. 소득재분배와 양극화 문제를 전담할 포용성장과가 신설된다. 포용성장 역시 개념이 애매모호하긴 거의 창조경제 수준이란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새 정부의 핵심정책들만 집중하는 국단위 조직을 만들어 이곳저곳의 관련 부서들을 옮겨오는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2개의 주요 부서를 넘겨주고 협동조합 관련 업무를 넘겨받아 사회적경제 활성화 업무를 담당하는 신설과를 설치해야 하는 장기전략국도 일할맛 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재정기획국의 업무는 중장기 재정정책을 수립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아동수당 도입,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등 각종 복지정책에 필요한 예산의 절반이상인 95조 4000억원의 세출절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잘 되면 할 수 있는데그동안 뭐했냐는 얘기고 안되면 힘 실어줘봐야 헛일이란 소릴 듣는다. 부서명에 혁신을 넣는다고 달라질 일이 아닌데 괜한 진퇴양난에 놓인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