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숙보다 활력저하 문제
경제 혁신활동 없이 소비ㆍ투자 줄이고 저축 늘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경기가 좋아진다는데 내 형편은 왜..”
최근 한국 경제가 3%대 성장률을 기대할 정도로 회복 국면에 들어갔는데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금융위기 전보다 경기변동성이 절반 이하로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경기가 좋아져도 상승폭이 높지 않고, 기간도 짧다 보니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가 경기 회복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변동성이 줄어든 것은 우리 경제가 성숙해서가 아니라 혁신이 부족해 활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기변동성 축소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의 경기변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변동성을 나타내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과 GDP순환변동, 경기동행지수 등의 표준편차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 1분기~2007년 4분기에는 각각 0.8과 0.08, 1.0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기 이후인 2010년 1분기~2017년 1분기에는 각각 0.4, 0.03, 0.5 등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경기변동성 축소폭이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5개국의 GDP 변동성 평균은 0.9배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0.48배에 그쳤다. 비교 대상인 35개국 중에서도 슬로바키아와 이스라엘 다음으로 세번째로 변동성이 낮았다.
이처럼 경기변동성이 줄어든 데에는 민간소비와 재고투자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GDP 변동성변화에 따른 지출부문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재고투자 -0.3%, 민간소비 -0.25% 등 소비 및 투자의 기여도가 음(-)의 방향으로 높았다. 고정투자도 -0.06%를 기록했다. 다만 순수출은 0.17%로, 유일하게 GDP 변동성을 늘리는데 일조했다.
이처럼 경기변동폭이나 주기가 축소된 것은 우리 경제의 성숙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활력 저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대완화기(Great Moderation, 1980년 중반~2007년)와 달리 GDP 등 거시지표와 함께 미시지표 변동성도 함께 축소됐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완화기에는 지금의 한국경제처럼 GDP와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줄었지만, 미시적으로는 기업 혁신과 시장경쟁 확대 등으로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변동성은 오히려 커졌다. 신제품 개발, 제품 리뉴얼 등의 혁신이 기업 매출의 변동성을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개별 기업의 창조적 파괴나 혁신 활동 등을 반영한 기업 및 업종레벨의 미시 변동성이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매출 변동성을 나타내는 기업 매출 표준편차는 2001~2006년에서 22.9에서 2011~2016년 15.7로, 31.3% 떨어졌다. 제조업의 생산변동도 전체 표준편차가 2009~2011년 31.4에서 2012~2014년 16.2로 45.5%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대완화기와 달리 한국 경제는 혁신활동이 저하된 가운데 소비 및 투자성향이 저하되는 현상이 동반되고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갖추려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노동생산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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