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단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견작가 사석원(57)은 치바이스(齊白石ㆍ1864~1957)의 작품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 치바이스의 작품을 만난 고교 1학년이후 ‘지금껏 선생님을 흉내만 내고 있다’는 그는 “치바이스의 작품은 놀라운 필력에 더해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보는 내내 마음이 뭉클하다”고 설명했다.
치바이스, 새우, 종이에먹, 99×34㎝, 1948 중국호남성박물관 [사진제공=예술의전당] |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며 20세기 동아시아 최고 미술가로 꼽히는 치바이스의 국내 첫 개인전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예술의전당, 중국호남성문화청, 주한중국대사관, 중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다. 전시에는 ‘새우’, ‘병아리와 풀벌레’, ‘물소’, ‘포도와 청솔모’, ‘수양버들’ 등 중국 호남성박물관 소장한 주요 그림을 비롯, 서예전각 50점, 치바이스기념관 소장 생애유물 83점 등 총 130여점이 선보인다. 또한 사석원 화백을 비롯한 한ㆍ중 현대 서화미술작가들의 ‘치바이스 오마주’ 작품 40여 점도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사석원 작가는 치바이스에 대해 “음악가로 치면 모차르트와 같은 분”이라며 “동양화 하는 사람이 먹색을 제대로 내는데 40년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치바이스의 새우그림을 보면 400년을 그린다고 그의 천재성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지요”라고 감탄했다.
치바이스의 천재성이 도드라지는 다른 대목은 ‘쉽다’는 지점이다. 아이도 어른도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누가 보아도 그의 그림은 대번에 이해할 수 있다. 게, 새우, 쥐, 병아리, 개구리 등 농가에서 흔히 만나는 생물과 배추, 죽순, 버섯, 고추, 홍당무 등 인민의 삶과 밀접한 소재가 주인공인 그의 그림은 속된 것을 고상한 경지에 올려놓는 대가의 공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치바이스의 표현대로 “온통 채소냄새 나는 그림”인데 격조가 있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인민의 생활을 이렇게 예술로 잘 표출한 작가는 없었다. 민(民)의 미(美)를 포착한 작가”라고 설명했다.
중국 후난성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치바이스는 어릴적 농사일도 할 수 없을정도로 몸이 약해 목공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제도권 미술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타고난 예술감각으로 시서화를 익혀 20세기 근대 문인화의 대부가 됐다.
미술시장에서도 그의 작품을 주목했다. 새우그림의 경우 점 당 가격이 20~30억원 수준으로 ‘새우 한 마리당 가격이 3억원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 2011년엔 한 중국 경매업체가 개최한 경매에서 ‘송백고립도(1946년작)’가 4억2550만위안(약 718억원)에 낙찰돼 중국 현대회화작품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