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것들은 조금 더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 서로 유대를 강화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하지만 이벤트 같은 느낌을 준다. 주말에 직원을 불러내 등산 가는 자체가 직원에게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 이런 것도 옛날 방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획기적인 발상의 CEO도 적지 않다. 여행박사라는 인터넷 여행업체에서는 직원이 사장을 투표로 바꿔버렸다. ‘SBS스페셜’에서도 소개된 신창연 대표(55)는 2013년 재신임 투표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80%의 신임을 얻지 못하면 사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직원들에게 ‘사장을 뽑을 권리’를 주었던 신 대표는 단 한 표 차이로 하루 아침에 ‘잘린 사장’ 신세가 되었다.
“뭐 먹고살지. 다시 투표하자고 해볼까. 대안도 없는데. 안돼. 쪽팔려.”
“그동안 기득원을 누렸지. 16년 했으니까, 나에게 그냥 찍어준 사람도 많았을 거야”
신 대표는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이 공언한 결정을 번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중국 유학 길에 올랐다. 이 모습은 남탓, 직원 탓하는 회사간부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3년 반이 흐른 현재, 사라졌던 신 전 대표는 TV에 장발의 노랑머리,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새로운 사업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이 원하지 않는 리더는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는 CEO도 많다. 신 대표의 이런 액션 하나만으로도 여행박사는 수평적 회사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그후 사장이 된 이 회사의 주성진 대표는 대표이사로 있다가 영업팀 부서장으로 내려왔다. 주성진 씨는 “일반회사에서는 강등이겠지만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데로 리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들이 2000년대 들어 무섭게 성장한 여행박사의 발전비결이다. 직원들이 사장을 뽑을 정도로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되면서 업무도 주체적이고 주도적 몰입이 이뤄지고, 그것은 많은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 회사가 조기퇴근제, 유연 근무제, 사택지원, 미용시술, 성형수술비 지원 등 유난히 많은 직원 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여행업계 최초로 주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게 일터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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