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투자제안도 없었는데”
카타르 국영 카타르항공이 경쟁사인 미국 아메리칸항공의 주식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제안하지 않은 갑작스런 시도에 아메리칸항공 측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아메리칸항공이 22일(현지시간) 미 금융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타르항공은 최소 8억800만달러 규모의 아메리칸항공 보통주를 사들여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싶다고 통지했다.
이는 전날 뉴욕 증시 종가 기준으로 1670만주에 해당하는 규모다.
카타르항공도 “아메리칸항공에 대해 강력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지분 인수 의향을 밝혔다.
아크바르 알바케르 카타르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더그 파커 아메리칸항공 CEO에게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파커 CEO는 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누구나 공개 시장에서 우리 주식을 매입할 수 있지만, 카타르항공의 접근은 기쁘지 않다”면서 “우리가 중동 항공사들의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 수령을 비판해온 상황에서 카타르항공의 이같은 움직임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카타르항공에 투자 제안을 하지 않았다며 “이사회 구성이나 정책, 운영, 전략 수립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에는 “외국 정부에 맞서 막대한 보조금으로 미국의 항공 산업과 많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을 막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의 내부 규정은 개인이 이사회 의결 없이 4.75%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을 넘는 대주주는 10%를 보유한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 등 5명에 불과하다.
카타르항공은 초기에 4.75%의 지분만 매입하고, 이후 미국 규제당국과 아메리칸항공의 승인을 받아 지분을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들은 카타르항공을 비롯한 중동 항공사들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충돌을 벌여왔다.
이번 주식 매입 시도는 지난 20년간 빠르게 성장해온 카타르항공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의 카타르 단교 및 영공 통과 금지로 최대 위기를 겪는 가운데 나왔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