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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어느 베스트셀러 작가가 보내온 편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역주행’‘리커버’‘초판본’…

최근 베스트셀러를 장식하고 있는 책의 성격입니다. 출간 당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책이 역주행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가 하면, 수십년 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인기를 끄는 등 베스트셀러 양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출판사의 대대적인 마케팅 대신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결의 힘이 작용했습니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지난 주 최근 출판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분석한 글입니다.

현재 5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무명 작가 이기주 씨의 ‘언어의 온도’는 바로 작가의 진정성 있는 글에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호응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언어의 온도’는 지난해 8월 출간됐을 때만 해도 그닥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책입니다. 그러던 책이 연말연초 책 선물로 인기를 끌면서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해 매주 두 계단씩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마침내 지난 3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느린 역주행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SNS 연결의 힘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작가 이기주씨가 편지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 작가는 ‘언어의 온도’를 펴낸 1인출판사 말글터를 혼자 경영하면서 그간 책을 펴내고 알린 과정을 알려왔습니다.

1인출판을 하고 있거나 꿈꾸는 이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만한 편지입니다.



그는 “혼자 저술하고 교열, 윤문, 유통, 배본, 홍보는 물론 디자인 작업에도 참여하는 1인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인출판사는 출판의 전 과정을 홀로 맡아 하는 출판사를 말하는데, 이 작가는 직접 글까지 쓰니 전방위 1인 출판사인 셈입니다.

혼자 모든 걸 처리하다 보니 1년에 한 권만 출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직접 출판사업에 뛰어들기 전, 그는 수 년간 출판 분야 공부를 했다고 했습니다. 포털의 한 카페인 ‘꿈꾸는 책공장’이란 1인 출판사 모임에서 출판 제작, 인쇄 등 책 제작에 대해 틈틈이 공부를 했다는군요.



출간을 앞둔 시점엔, 지업사를 다니며 종이 공부를 하고, 심리학자를 만나서 표지 디자인 자문도 구했다니 준비가 철저해 보입니다.

그리고 출간 직전엔 클라우딩 펀딩으로 출판 자금을 일부 조달했다고 했습니다. 클라우드 펀딩은 자금 마련 목적도 있겠지만 입소문(?) 마케팅을 겨냥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펀딩이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모였다고 했습니다.

일정액 이상을 지원한 독자들의 이름을 책 표4에 넣었는데, 이 점이 주효한 것 같다고 나름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8월 중순, 책을 출간한 뒤, 저자이자 출판사 대표인 그는 발품을 부지런히 팔았습니다.

“전국에 있는 교보문고, 반디, 영풍문고 매장을 전부 다 돌았습니다. 책을 들고 직접 매장을 방문해서 저술 배경과 다른 책과의 차별성 등을 설명”했다며, 전국 서점을 도는 데 대략 4개월 정도 걸렸다고 했습니다.



다음 전략은 매체 활용하기.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라디오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KBS라디오 명사들의 책읽기, MBC 라디오 박정아의 달빛낙원 등에 출연해 신간을 소개했다죠.



그 중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은 채널은 역시 SNS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활동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거의 매일 ‘언어의 온도’ 속 문장을 사진과 함께 업로드했고 제가 직접 내레이션(동영상 촳영)도 했습니다. 몇 달 새 팔로우수가 100명에서 1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SNS를 통해 문장이 공유되면서 책이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가 ’베스트셀러 공식은 깨졌다‘란 기사를 쓸 당시, 그의 SNS활동은 몰랐습니다. 1인출판사, 무명 작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다는 건 광고나 마케팅과는 거리가 있기에, 독자들의 연결의 힘으로 본 것이죠. 국내 큰 출판사 역시 모두 SNS계정을 갖고 담당 직원이 부지런히 글을 올리고 활동을 합니다. 그렇다고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아니죠. 물량 공세로 인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반짝일 뿐입니다. 1,2주는 가지만 그 다음은 독자들의 힘에 의해 움직입니다.



많은 이들이 베스트셀러를 꿈꿉니다. 출판인들은 흔히 ‘타이밍과 운’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작가의 진정성과 독자의 연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기주 작가는 이렇게 편지의 끝을 맺습니다.

“저는 ’한권의 책은 수십만(띄어쓰기 포함) 개의 활자로 이루어진 숲’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꾸고 보듬은 숲을 많은 독자들이 산책하듯 걸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한 ‘서점은 책도 팔도 영혼도 제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책 꾸준히 써 내려 가겠습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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