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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터기업들의 새 물결.. 콘텐츠 제작 중심으로 재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변동이 본격화됐다. 

단순히 투자를 받아 규모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연예기획사들이 스타 PD와 작가, 기자들을 영입하고, 투자와 제휴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놓으면서 생기는 변화이다.

지상파 PD가 케이블TV로 옮기는 것, 그리고 지상파 드라마PD가 방송국을 나와 프리랜서 PD로 외주제작사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까지는 스카우트비를 감안하고 보다 자유로운 환경과 여건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이해할만 했지만, 이제는 지상파 PD가 연예기획사로 자리를 옮긴다.

과거 방송 프레임으로 보면 생소한 이직이다.


멀지않아 지상파도 탄탄한 콘텐츠가 없다면 껍데기에 불과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전초적 단계라 볼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진짜사나이’의 김민종 PD와 ‘무한도전’의 제영재 PD, ‘라디오스타’ 조서윤 CP, Mnet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 코리아’ 유성모 PD 등을 영입해 본격 제작에 뛰어들었다.

윤종신이 만든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무릎팍도사’ ‘썰전’ ‘아는 형님’을 기획한 여운혁 국장을 영입해 제작 역량을 갖췄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0일 미스틱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미스틱 지분 28%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양사는 “SM과 미스틱은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최고의 파트너로서 음악, 아티스트, 공연 페스티벌 및 영상 콘텐츠 사업 등에서 강력하고 글로벌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며, 양사의 제휴를 통한 새롭고 강력한 콘텐츠와 프로젝트들을 구체적으로 선보일 것이다”라고 제휴의 의미를 밝혔다.

FNC엔터테인먼트도 CJ E&M 음악사업본부 안석준 대표를 자회사이자 코스닥 상장업체인 FNC 애드컬쳐 대표로 영입하고, 신우철 PD와 김순욱 작가, 김명정 작가를 스카우트했다.

몇몇 대표급 가요기획사들도 이미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SM은 일찌감치 자회사 SM C&C를 세우고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이수근 등 예능 MC와 ‘안녕하세요’의 이예지 PD를 영입했다. 그리고는 ‘질투의 화신’ 미씽 나인’등 드라마와 예능을 제작하고 있다.

JYP도 자회사인 JYP픽쳐스를 두고있고 YG도 자회사 YG케이플러스 내에 ‘디렉트스TV’ 설립해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획사들이 몸을 부풀리기 위해 합종연횡하는 모양새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합종연행은 약자들끼리 뭉쳐 강자에게 대항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강자가 더욱 강해지기 위해 위해 약자들과의 외교를 통해 덩치를 키운다.

엔터업계에서도 기획사가 제작사 형태로 사업을 확장 또는 집중하면서, 타사의 인력을 스카우트 하거나 타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제는 지상파 PD나 스타작가 영입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요구와 욕망을 채워주면 된다.

지상파를 떠나는 PD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더 나은 제작환경에서 콘텐츠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상파에 계속 있다가는 15년차 정도만 되면 현장 연출을 떠나 관리자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수 인력을 가장 많이 빼앗겼던 KBS는 뒤늦게 인력유출을 막고, 콘텐츠 제작 전략 강화에 나섰다. KBS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의 설립이 그것이다.
 
‘몬스터 유니언‘은 매체환경과 트렌드 변화로 인한 발빠른 콘텐츠 제작 대응능력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지만 인력 유출도 막을 수 있다.

‘1박2일’ 유호진 PD를 ‘몬스터 유니온’으로 보내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제작하게 한 것도 나영석, 신원호, 이명한, 김석현, 김원석 PD 등 유능한 PD들이 CJ로 가 자사를 위협할 정도의 경쟁력을 지닌 콘텐츠 제작자가 돼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영석 PD가 tvN을 먹여 살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면 이 문제는 심각하고 절실하다.

CJ E&M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도 처음에는 사내의 한 본부 형태였다가 독립채산제의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도깨비’ 등 tvN 드라마뿐만 아니라 KBS ‘공항가는 길’처럼 타 방송사 콘텐츠까지 제작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이 제작 PD들을 영입해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공격’이나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국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어’나 모두 흥미로운 현상이다.

과거에는 흔히 방송사라고 하면 지상파와 종편 등 케이블채널까지였다. 이제는 모든 플랫폼이 방송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아프리카TV도 방송국이고 크리에이터나 BJ가 활동하는 1인방송도 방송국이다. 물론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라는 플랫폼도 방송국이다. 넷플릭스에는 국경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니 여기에는 재밌는 콘텐츠만 담기면 된다. 방송 생태계는 이렇게 바뀌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플랫폼에 담을 콘텐츠도 웹드라마, 웹예능, 웹무비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어 유연한 콘텐츠 제작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노소를 타깃으로 하는 지상파의 일반인 예능뿐만 아니라 ‘신서유기’ ‘프로듀서 101’ 쇼미더머니’ 등 덕후 예능까지도 유연하게 제작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 어떤 방송국에 소속돼 있느냐 보다는 ‘누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느냐, 누가 대중성이 높고,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결국 콘텐츠 시대라는 얘기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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