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런 김용만도 3년간의 공백후 복귀하면서 크게 변한 예능 환경에 당황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캐릭터가 필요한 야외 버라이어티에도 적응해야 한다.
우선 50대의 나이에 접어든 김용만은 예능계의 큰 형이 됐다. ‘큰 형’=‘옛날 사람’이다. 예능에서 맏형은 올드 이미지이며, 후배들에게 당하게 돼있다. 샌드백 캐릭터가 되기 쉽다. 강호동이 리얼 막장 모험 활극 ‘신서유기’에서 그런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용만은 특유의 여유와 푸근함으로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패키지여행 예능 ‘뭉쳐야 뜬다’에서는 모나지 않게 큰 형으로 조화롭게 끌고간다.
22일 방송된 ‘한끼줍쇼’에서도 서로 자기 할 말만 하는 티격태격 MC 이경규-강호동에게 “방송국 안에 또 하나의 방송이 있네”라며 재미도 있고, 중재자 같은 느낌도 나게 했다.
김용만에게 ‘한끼줍쇼’는 군대 훈련으로 따지면 유격장에 간 것이다. 하지만 김용만은 함께 게스트로 간 EXID 하니와 함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김용만이 이경규와 들어간 집에서는 3세 여자아이에게 “유안이 잘 생겼네”라고 말하는 등 토크가 꼬였지만 이를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발전시켜나갔다.
김용만은 유행을 별로 안타는 예능 스타일이지만, 이전과 변화된 게 한 가지 발견됐다. 과거보다 훨씬 편해졌다. 한물갔다는 것까지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은 요즘 예능에서는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이경규가 잘 되는 이유도 그런 면이 있다, 과거 이경규는 자신이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의 분명한 기준과 경계 같은 게 있었는데, 이제 못하는 게 없다. 그러니 종횡무진 활약을 보인다. 어려울 때는 어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정석 진행에 웃음 포인트를 담고 있는 김용만은 지금의 흐름과 느낌을 받아들이면서 과거가 아닌 현재의 방송인이 됐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를 보다 편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