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의 여러 가지 잠재적인 위험요인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무엇일까? 유럽연합(EU) 체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궁극적으로는 해체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다.
2010년 그리스의 재정위기로부터 시작된 유로 체제의 위기는, 위기감이 절정에 달했던 2012년 7월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유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발언을 계기로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이후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 등에 힘입어 유로 체제의 불안정성은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 등이 상징하는 반세계화 기조의 확산은 유럽 주요국에서 반EU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면서 유로 체제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유로 체제의 핵심적 결함에 대한 지적은 유로화의 출범 당시부터 있었다. 생산성과 경제여건이 상이하고, 생산요소의 상호 이동이 완전하지 않은 여러 나라들을 단일한 통화로 묶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지적을 지금 시점에서 반복하는 것은 새삼스럽다. 단일통화로 인해 각 나라의 독자적인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내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개별 회원국들의 재정의 자율성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해 통제되어 있다. 유로 차원에서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취약국의 불균형은 물가하락과 비용절감 등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해소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의 정치경제적 부담은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유로체제의 안정성이 결국 회원국들의 재정적 통합,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적 통합 여부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4~5월 대선이 예정된 프랑스에서는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개최가 대표 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반EU 정당이 최종적으로 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지난해의 브렉시트도, 트럼프 당선도 모두 사전에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되었음을 상기할 때 장담은 금물이다. 만약 유로존 내 2위 국가인 프랑스가 탈퇴하게 된다면, 그 충격은 브렉시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불완전한 유로 체제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정치적 통합이 필수적이다. 요컨대 유로 체제의 안정성은 본질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다. 최근 반세계화 기조와 자국우선주의 정치노선의 득세는 유로 체제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궁극적으로 유로 체제의 해체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변화일 수도 있다. 취약국들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본격화하고, 대표적 흑자국인 독일의 통화가치가 상승하면서 경제적 불균형의 조정이 진행되는 것은, 현재의 유로 체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긍정적 변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안심하기에는 해체 과정의 과도기적 혼란이 너무 크다. 올해 유로 지역의 정세 변화를 주의깊게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