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18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유일호 경제팀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역부족’을 절감한 행사였다. 대통령 파면이란 정치 파동속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 확산이란 삼중고에 시달리는 한국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미국과 중국 G2의 틈바구니 속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의 처지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을 뿐이다.
한중 양자회담은 샤오제 중국 재정부장이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해 옴으로써 무산됐다. 롯데의 영업정지나 한국여행 금지 등 중국측 일련의 조치가 사드 때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어 문제제기는 물론 유감표명도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뚜렷한 ‘반격카드’를 찾지 못한 채 어떻게든 한ㆍ중 재무장관 회담을 성사시켜 정경분리 원칙만이라도 전달하려했지만 이마저도 전혀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미국과의 양자회담도 내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10여분만에 끝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만남은 회담이라기보다 면담에 가까웠다. 유 부총리는 “한국의 대미 경상흑자는 인구구조 변화와 저유가 등에 기인하는 것이며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도록 한다”는 정부의 원칙을 강조했다지만 그 짧은 만남에서 제대로 설명돼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므누친 장관이 “잘 알겠다”고 한 답은 건성이었음이 분명하다.일본, 사우디,프랑스와의 회담에선 홈페이지에 공식 보도자료를 올려 성과를 알리면서 유 부총리와의 만남에 대한 코멘트는 전혀 없었다는 게 그 반증이다.
뚜렷한 리더십 없는 집단지도체제라는 한계를 지닌 G20에서 뭔가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 내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이보다 한층 직접적이고 긴밀했던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에서도 결국 얻어낸 것은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의 재확인 정도였다. 사드 보복 자제 발언도 방한 기념 수사 정도에 그쳤다. 의례적인 만찬 행사도 하지 않고 18일 떠난 그는 정작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사드라는 단어 자체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G20와 같은 국제행사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유일호 경제팀의 빈손 외교를 마구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누구도 우리의 안전과 국가 이익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메아리없이 공허해도 흔적은 남는다. 그게 비애지만 현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