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와 지방, 돼지 부속물이 들어가는 프랑스의 부댕은 비스트로 뿐만 아니라 유명 레스토랑의 메뉴이기도 하다. 우리의 길거리 혹은 시장통 음식으로 서민들의 음식인 순대가 세계 요리의 중심지인 이들에게서도 사랑받는다는 사실은 놀랍다. 우리의 찹쌀 순대와 비슷한 스페인 순대 모르시야, 보리의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체코 순대 옐리토, 제주 순대의 원류인 몽골 순대 등 순대는 어디에나 있다.
오랫동안 순대를 만들고 연구해온 육경희 씨가 펴낸 ‘순대실록’(비알미디어)는 전국 각지의 순대맛집은 물론 전 세계 곳곳의 순대를 찾아 오랜 인류의 식문화 중 하나로서 순대를 재발견해 보여준다.
돼지 순대에 관한 남아있는 조선시대 최초의 기록은 1830년 ‘농정회요’에 나온다. 도저장이라는 음식이다. “돼지 창자를 깨끗이 씻어 피를헤아려 가져다가 참기름, 콩나물, 후추 등의 재료를 골고루 섞은 다음 창자속에 집어넣고 새지 않도록 양쪽 끝을 묶은 다음 삶아 익힌다”고 기록돼 있다.
동양 최초의 기록은 춘추시대에 쓰인 ‘시경’. 양의 창자에 내장과 고기를 채워 구워먹는 음식으로 공자 이전 시대부터 순대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에선 메소포타미아 시대 수메르인들이 남긴 점토판에 고기로 속을 채운 동물의 내장이 언급된 내용을 들어 학자들은 소시지에 선지가 들어간 순대로 보는게 대체적이다.
순대의 어원과 우리나라 각 지역 순대의 맛과 역사, 세계 각 지의 순대의 맛과 특징,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나가는모습과 직접 만드는 과정을 체험한 생생한 이야기가 순대에 대한 눈을 새롭게 뜨게 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