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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함에‘HYUNDAI’ 지운 北美모비스…속뜻은 기술력 승부
[디트로이트=정태일 기자] “여기서는 ‘현대(HYUNDAI)’의 이미지를 가리는 것이 영업에 매우 중요합니다. 순수 모비스의 기술력만 갖고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든든히 세워야 하기 때문이죠.”

지난 10일(현지시간) 방문한 모비스 북미 법인의 미시건 디트로이트 생산공장. 이곳에서 우경섭 신임 모비스 북미 법인장은 전문 자동차 부품사로서 수주를 확대하고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모비스만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비스 북미법인 미시건 디트로이트 공장 직원들이 크라이슬러에 공급될 섀시 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모비스]

우 본부장 말에서 GM, 크라이슬러에 이어 포드까지 공급을 노리는 모비스 북미 법인의 의지가 엿보였다.

모비스 북미 법인은 미시건과 오하이오에 2개의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오하이오 톨레도 공장에서는 10년전부터 크라이슬러의 지프 랭글러에, 미시건 디트로이트 공장은 2010년부터 지프 그랜드 체로키, 닷지 듀랑고 등에 핵심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모비스 북미 법인은 현대ㆍ기아차가 아닌 해외 완성차 업체에 유일하게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다.

이처럼 모비스는 크라이슬러 주요 모델에 부품을 공급하며 튼튼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 법인장은 “탐 라소다 크라이슬러 사장이 전용기를 타고 모비스를 방문해 우리의 컴플릿 섀시모듈(섀시프레임에 엔진 및 변속기 등 300여가지의 부품이 종합 장착된 대규모 모듈) 경쟁력을 보더니 크게 감동했다”며 수주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특히 모비스가 크라이슬러로부터 무한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은 디트로이트 공장의 얼라이너(조정) 파트였다. 조립된 전면, 후면 섀시 모듈을 크라이슬러 조립라인에 전달하기 전에 각 부품이 제자리에 잘 맞춰져 있는지 최종 보정하는 작업이다.

커다란 로봇이 섀시 모듈을 들어 얼라이너 전용틀에 자리를 맞추면 프로그램화된 컴퓨터가 각 부품의 정확한 자리를 측정하고 보정에 들어간다. 센서가 장착돼 있어 이 같은 과정은 실시간으로 크라이슬러에 제공된다. 얼라이너 라인은 전면 섀시 모듈에 5개, 후면 섀시 모듈에 3개씩 배치돼 있다.

통상 완성차 업체에서 차체를 조립하기 전에 이 같은 보정 작업을 하는데 모비스는 이 단계까지 도맡는 것이다. 모비스가 크라이슬러 조립 과정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크라이슬러는 모비스가 보정까지 마쳐 보내준 모듈을 그대로 조립하기만 할 정도로 모비스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 덕분에 크라이슬러는 가동률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얻게 됐다.

최근 모비스 디트로이트 공장을 방문한 크라이슬러 임원진도 얼라이너 공정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지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크라이슬러에서 디렉터급 임원이 방문해 얼라이너를 통한 모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조만간 크라이슬러 본부장급에서 다시 방문해 우리와 품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비스는 지난 2008년 이후 줄곧 크라이슬러 협력업체 중 ‘생산성 1위’로 평가받고 있다. 미시건 공장은 2015년 9억6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2000만달러로 매출액을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크라이슬러 물량이 늘지 않아 모비스의 매출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 우 법인장은 “크라이슬러 생산이 정체되면서 모비스에도 3, 4년 정도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모비스 북미 법인은 판로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소비자가전전시회)와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북미국제오토쇼를 통해 현지 업체들과 지속적인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 목표는 GM, 크라이슬러에 이어 포드에까지 부품을 공급해 미국 자동차 업체 빅3의 공급업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우 법인장은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업체들과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포드에까지 모비스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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