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상품’ 뿐 아니라 절도의 표적이 되는 글로벌 명품들이다. 도난당한 명품들이 암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소매업계가 입는 연간 손실액만 320억달러(35조6500만원)에 이른다.
모조품과 도난방지를 위해 명품업계가 실로 짠 전자태그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 |
이를 근절하기 위해 명품업계는 그동안 정부간 무역협정이나 수사당국에 의존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술적인 솔루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옷감 속에 감추는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태그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명품 도난이나 모조품 범람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영국 기반 어드밴스드이텍스타일(Advanced E-Textiles). 이 회사가 개발한 극소형 RFID는 눈으로 찾아낼 수 조차 없다. 옷을 제작한 후 태그를 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실 섬유 사이에 전자 바코드를 집어넣기 때문이다. 제조단계서부터 옷감 안에 포함시킨 전자태그는 무선으로 인식된다.
실을 짤 때부터 전자태그를 집어넣는 신기술. |
어드밴스드이텍스타일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아누라 라트나야크(Anura Rathnayake)는 “기존 RFID 태그로는 직물을 짜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방수나 세척 등 내구성을 보장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개발한 RFID는 세탁은 물론 제품 이력까지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자태그에는 제품에 어떤 섬유가 사용됐는지, 구입처는 어디인지, 제조일로부터 얼마나 경과됐는지 등 세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진품이 아닌 ‘가짜상품’을 색출하는데도 유용하다. 고객이 이른바 ‘짝퉁’인지 아닌지 감별하길 원한다면 매장에 상품을 가져가 RFID 태그가 있는 지를 살펴보면 된다. 만약 옷감 내에 RFID가 감지되지 않으면 가짜로 추정할 수 있다.
도난 측면에서는 명품을 훔친 도둑들이 태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옷감을 해체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이 더 들게 된다. 명품업계는 이같은 옷감내 태그를 사용하면 도난과 모조품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뷔통 매장 모습. |
문제는 비용이다. 그러나 라스냐야키 CEO는 “전자태그가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생산비용을 줄이고 폐기물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낡은 옷을 매장에 가져다주면 실을 해체해 기존 RFID를 추출해내고 새로운 정보를입력해 새 제품에 다시 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Forrester)는 “2026년까지 RFID 시장규모가 180억달러(2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기술이 더 좋아지고 비용이 싸지면 많은 소매 유통업체가 RFID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레스터의 소매업 담당 애널리스트 슈카리타 물푸루(Sucharita Mulpuru)는 “자라(ZARA)와 콜스(Kohl’s), 메이시(Macy‘s) 등 소매유통 기업이 RFID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 옷속에 감춘 RFID 전자태그가 명품에서 일반제품으로 상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