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16년 세법 개정안은 경제 활력 제고와 민생 안정 등 정책적 목적 달성에 치중한 나머지 세법의 주 목적인 재원 확보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3171억원에 불과하다. 예년의 1조원 수준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세출구조 조정 없이 재정 규모를 늘릴 경우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16년 세법 개정에서 민감한 사항은 손대지 않았다. 정권 말기가 다가오는 이때 개혁 의지는 사라지고 선심성 비과세ㆍ감면은 철저히 유지했다.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은 48.1%(802만 명)로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20% 내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 근로자 2명 중 1명꼴로 세금 한 푼 안낸다. 이런 세제로는 원활하게 세수를 확보하기 어렵다. 국민이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최소한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국민개납주의’에도 어긋난다. 이는 세금은 안내도 된다는 납세의식을 고착화시킨다. 정부는 근로자 면세비율을 낮추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연간 30조에 달하는 방대한 비과세ㆍ감면 축소에 소홀한 것도 세수확보와 거리가 멀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수요에 대비 비과세ㆍ감면을 줄여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런데 실제 세법 개정은 반대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일몰이 도래하는 25여개 비과세ㆍ감면 조항 대부분을 연장했다.
세법개정의 기본방향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하지만 정부는 세원 확대에 소홀했다.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은 그대로고, 광범위한 비과세ㆍ감면도 줄이지 않았다. 지하경제ㆍ차명계좌 등에 숨어 있는 고소득자의 세원 발굴에도 진전이 없다.
한편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38%)은 소득세 중심국가인 미국(35%)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다. 소득세 비중을 높이려면 세율인상보다 세원확대가 먼저다. 또 한국의 법인세 부담은 대기업 중심으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세계 각국이 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시대’에 한국만 거꾸로 가면 외국인 투자가 줄어든다. 야당의 소득세율ㆍ법인세율 인상 주장은 현실에 맞지 않고 선후가 뒤바뀌었다.
한편, 정부가 출산과 고용을 과도하게 세제에 의존하면, 정책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세금만 축낼 가능성이 높다, 아이를 낳으면 세금을 깎아준다 해서 취업 못한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겠는가? 출산과 고용은 청년과 기업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단순한 세제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을 주고 소득을 늘려줘야 출산율이 높아진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고용과 투자가 늘어난다. 고용투자세액공제를 늘리면 고용과 투자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배만 불리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고용투자세액공제의 77%를 대기업이 가져갔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