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약 2분 만인 오전 9시 32분 1단 추진체가 분리됐는데 폭발하면서 270여개의 파편으로 분산 낙하했다”고 밝혔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1단 추진체 파편들은 서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분산 낙하한 것은 2012년 12월 12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 북한 장거리 미사일 1단 추진체는 서해 상공에서 분리돼 바다에 떨어졌으나 폭발하지 않아 온전한 형태로 잔해를 인양할 수 있었다. 당시 군이 서해에서 건져올린 1단 추진체 잔해는 1단 엔진(2.7m), 1단 연료통(3.9m), 1단 산화제통(7.5m), 연료통과 산화제통의 연결부(0.9m) 등이다. 우리 군은 이들 잔해를 정밀 분석해 북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관한 정보를 상당한 수준으로 확보했다.
당시 군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작동 원리뿐 아니라 1단 추진체의 재질, 연료로 쓰이는 물질, 외국산 부품 사용 여부 등을 확인했다. 특히 우주발사체란 북한의 주장과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가깝다는 증거를 여럿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조사단은 북한 발사체에 스커드, 노동 미사일 기술을 활용해 로켓을 3단형으로 개발했다고 결론 내렸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우주발사체에 사용되는 산화제인 액체산소와 달리 북한이 은하3호에 독성이 강한 적연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통 액체산소는 초저온상태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미사일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또 제작 능력 면에서도 일부 상당한 수준에 오르긴 했지만 용접선이 일정하지 않을 정도로 기본 제작 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미사일 잔해를 확보한다면 그동안 북한이 얼마나 기술 개발을 이뤘을지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2012년 은하3호 때는 확보하지 못한 엔진을 찾는다면 동력조정장치와 모터 등 북한 로켓 기술의 핵심 기술을 상당부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1단 추진체가 서해상에 떨어질 때 폭발하면서 작은 파편으로 분산됐기 때문에 인양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1단 추진체가 파편화됐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파편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인양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단 추진체의 분리 시점과 낙하지점 등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북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 수준을 파악하는 것을 막고자 북한이 의도적으로 1단 추진체를 폭발시켰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1단 추진체 폭발의 정확한 경위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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