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는 초과 달성이네요. 드라마와 영화 한 편씩만 하면 감사하다 생각했는데…”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다작배우가 확실하다. “얼굴은 다 아는 배우 아닌가요?”라고 말하니 “참 좋은 표현이네요”라고 한다. “다 알아보긴 해요. 긴가민가 하다가, ‘어, 맞죠?’ 하세요. 작품들을 떠올리며 이름과 얼굴을 한 사람으로 인지하진 못 하시는 것 같고요.” 배우 신승환(37)이다.
신승환은 최근 종영한 일일드라마 ‘가족을 지켜라’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나이에 맞는 옷을 입었다. 처가살이하는 철부지 남편, 전업주부였다. 첫 일일극 도전에 망설이기도 했다. 친한 형 차태현과 장혁에게 조언을 구했다. “승환아, 해야지. 나오면 30%야. 그만큼 사람들이 널 알아본다는거야.” 어머니들이 부쩍 말을 건넨다. “아유, 요즘 살만해?”, “처가살이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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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미세스캅’에도 출연했다. 나름 겹치기 출연이었다. 연기톤이 달라지니 시청자도 아리송하다. 부산 남자가 강원도 사투리를 참 찰지게도 연기했다.
분주하게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신승환을 여행 하루 전 날 만났다. “바쁘셨죠” 물으니, 손사래를 친다.
“저, 안 바빠요. (웃음) 여러 작품을 한다고 계속 바쁘진 않아요. 드라마 한 편을 책임지는 주인공도, 메소드 연기를 하면서 고뇌하는 타입도 아니거든요. 음정 하나 정도 잡아가는 광대죠.”
주ㆍ조연이 명확히 구분되는 세계에서 신승환의 자리도 분명하다. 그는 ‘감초배우’라는 영역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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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거친 역할도 많았다. 뒷골목을 쏘다니는 건달(SBS 피아노)이었고, 장기밀매 브로커(공모자들)로 피투성이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마마보이(MBC 다모)였다가, 힘 쓰는 일엔 천하제일인 관원(SBS 뿌리 깊은 나무)이 됐다. 연령대를 뛰어넘어 신세경(아이언맨), 장근석(이태원 살인사건)의 친구도 됐다. 열일곱 살 재미교포 살인용의자를 연기한 ‘이태원 살인사건’을 찍을 때 신승환은 서른두 살이었다. “쎄븐틴”이라고 대사를 칠 땐, “차마 카메라를 볼 수가 없었다”며 웃는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고, 무거운 분위기를 코믹하게 전환시키기도 했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기에 다양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몸부림을 치는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들처럼 꾸준히 얼굴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신승환은 “선택받고 싶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 “신승환이라는 상품에 대한 노하우를 갈고 닦아, 선택이 폭이 넓어질 수 있게” 나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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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조금씩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대본엔 없어도 전체 톤에 무리가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언어를 바꿔보기도 하고요. ‘미세스캅’에서 강원도 사투리를 쓴 것도 그랬죠. 공부도 하고, 노력도 해야 이 얼굴로도 먹고 살죠.(웃음)”
영화 ‘베테랑’에서 신승환은 성만 ‘박씨’로 바꾼 기자 역할로 출연했다. 단 한 장면 등장할 뿐인데, 고심 끝에 대사까지 써갔다. “미끼가 있어야 나도 먹지.” 금괴를 들고 우왕좌왕하다 뺏고 뺏기던 ‘미세스캅’의 한 장면도 신승환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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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장면에 대해 많이 고민해요.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해보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배우들에게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분들이 많지만, 각자의 영역이 다르니까요. 더 많이 생각하고 연출진과 상의하죠. 프리 프로덕션을 적극적으로 해요.”
결과물이 좋으니 감격스런 칭찬을 들을 때도 많다. “승환씨, 진짜 연기 잘 한다”, “오, 느낌 좋던데.” 그 말 한 마디에 시름도 잊는다. “나를 찍어주시는 감독님, 살아남은 고수들이 그런 말을 해주니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다독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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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을 꿈꾼 것이 연기의 시작이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해 인생을 함께 걸어갈 멘토이자 ‘친한 형’인 차태현을 만났다. 슈퍼탤런트로 재학 중 데뷔한 차태현의 로드매니저가 된 것이 업계에 발을 디딘 계기였다. “매니저에 대한 개념도 없이 태현이 형이 좋아” 같이 다녔을 뿐인데, 신승환은 자신의 경력 사항에 ’차태현 로드매니저‘라고 올려놓았다.
“형이랑 워낙 돈독했죠. 그 때 형이 되게 잘됐어요. 같이 다니며 운이 좋게도 이 업계를 다양하게 경험했고, 예쁨도 받았어요. 제가 스무 살 때였죠. 지금 배우가 된 건 생각하고 계획했던 건 아니에요. 형과 다닐 때의 좋은 인연으로 시작된 거죠.”
그 시절 인연이 TV 출연의 기회로 돌아왔다. 김석윤 JTBC 제작국장이 KBS에 몸 담을 당시 연출한 ‘탤런트 시켜주세요’를 시작으로 SBS ‘기분 좋은 밤’을 통해 연기도 하고 ’기인열전‘ 수준의 개그도 했다. 최고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주인공이었다. 그 경험을 발판 삼아 2001년 ‘피아노’를 만나며 연기를 업으로 삼았다.
사실 신승환은 치열하게 달렸다. “작품이 끝나면 정말 쉬고 싶어 쉬는 사람은 0.01%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라 말하는 그는 생계형 연기자다. 신승환에게 이 곳 연예계는 ‘삶의 터전’이다.
“이 일을 하면서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꼭 이름을 알리기 보다는요. 그런데 혼자가 아니니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름을 알려야 경제적인 부분에 보탬이 되잖아요. 일을 쉬게 되면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일이 끊기게 되는 거죠. 그래도 복잡함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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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자신의 일상을 가혹하게 매만졌다. ‘다작왕’의 비결인지도 모르겠다. “넘어지면 끝”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감시자처럼” 살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지만, 친한 형들은 알아봤다. “(장)혁이 형이 그러더라고요. 승환아, 네가 이기적으로 좋아하는 건 뭐니?”, “넌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달리는 고급 승용차 같아.” 스스로를 끊임없이 “소진시키는 삶“이었다.
“사람 참 변하기가 힘들다”지만 요즘 신승환은 조금씩 변하는 중이다. 자신을 돌아보려는 노력이다. “관성처럼 나를 혹사시키는 삶에 너무 익숙해져있어요. 지금은 에너지와 정열을 아끼려고 노력해요. 연기도 오래 해야 하니까 아껴야죠.”
그러면서도 ‘선택받기 위해’ 늘 그랬듯, 신승환은 “바퀴벌레처럼” 몸을 움직인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은 곳에 나가야죠. 시청자가 원하고, 관객이 원하고, 감독이 원하는 것을 봐야죠. 상호작용 속에서 입체적인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더 상품성을 가진, 가치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겠죠. 어렵겠죠. 제가 아닌 다른 사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마다 삶을 씹고 소화하는 질감이 다르니, 저의 자리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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