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낮져밤이’는 등재, ‘낮이밤져’는 탈락, ‘약혐’은 등재, ‘극혐’은 탈락, ‘의란성 쌍둥이’는 등재, ‘의슴’은 탈락.
국립국어원의 신어 등록이 무원칙에 남녀차별적이며 약자와 소수자 배제 등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 관악갑)은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신어자료 10개년(2005~2014년)을 분석한 결과,기준을 알 수 없는 단어 등록·탈락이 허다하고 ‘보슬아치’, ‘별창’ 등은 수집기준에 의해 애초에 배제되어야 할 명백한 비속어이지만, 신어로 선정이 된 후 나중에 비공개(탈락)로 분류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10년간 매년 334개에서 588개 사이의 신어를 발표해왔다. 지난해 신어(신조어)로 인정된 단어는 ‘후방주의’, ‘혼밥족’, ‘현웃’, ‘핵꿀잼’, ‘피꺼솟’, ‘킨포크족’, ‘존맛’, ‘진지병자’ 등 총 334개이다.
2005년에서 2014년 10년간 선정된 신어 총 3663개 중에서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총 288개로 이 중 ~녀(걸)는 196개, ~남은 92개로 여성을 지칭하는 신어가 2배 이상 많았다. 여성지칭어의 11.7%(23개), 남성지칭어의 5.4%(5개)는 ‘낮잡아 이르는 말’, 비하어이다.
‘품절남-품절녀’, ‘힐링남-힐링녀’와 같이 양성이 함께 쓰일 수 있는 단어는 288개 단어 중 259개가 되지만 실제로 함께 등재된 신어는 33개뿐이다. 또한 ‘애정 결핍녀’, ‘페북녀’, ‘츤데레남’과 같은 신어는 양성으로 쓰일 수 있음에도 특정성으로만 지칭되어 있고 ‘오피스맨’은 오로지 ‘사무직에 종사하는 남자’만을 지칭하는 단어로 표기되어 있다. 한편 ‘오피(스)걸’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는 여자로 뜻풀이 되어있다.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의 대부분이 청글녀, 잇몸녀, 스크림녀과 같이 외모비하·칭송·묘사 등 외모와 관련됐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었다. 반대로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는 츤데레남, 뇌섹남, 꼬돌남과 같이 대부분 생활상에 관한 것이나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었다.
국립국어원 신어 선정은 신어검색기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뉴스에서 단어를 취합한 뒤, 부적절한 단어를 탈락시킨다고 설명했다. 2012~2014년 비공개 신어(신어탈락)기준은 1.비속어, 2. 사회통념상 부정적 어휘, 3. 특정 도시나 개인, 단체 등과 관련된 어휘, 4.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어휘, 5. 한국 사회 현상과 관련이 없는 어휘 등이다.
그러나 선정된 신어 현황을 살펴보면 ‘존-’, ‘개-’가 포함된 ‘존잘남’, ‘존예’, ‘존맛’, ‘위꼴’, ‘개공감’, ‘개알바’, 그리고 ‘찍퇴자’, ‘진지병자’ 등 비속어/특정대상 비하어가 버젓이 남아있다.
‘성소수자’라는 단어는 1996년 처음 등장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지만 표준어 미등록은 물론 신어목록에도 올라온 적도 없다. ‘퀴어’,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대안학교’, ‘자궁경부암’, ‘발달장애’,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낮아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단어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으로만 뜻풀이 한 뒤 번복하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광범위하게 쓰이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사후피임’(다른 피임방법인 ‘루프’는 표준어 등록), ‘웰빙’(순우리말로 ‘참살이’도 미등록)도 미등록 상태이다.
유기홍 의원은 “언어는 정신과 문화를 담는 그릇인데, 신어 목록조차 편견으로 가득차서 되겠는가”라고 지적하며 “편리함과 유행보다는 올바름을 따라 성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배려하는 언어문화를 위해 국립국어원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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