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국내 계열사’로 요약된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는 광윤사의 지분을 넘겨받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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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캐리커처. |
광윤사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지만,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의 대표이사이자 지분 절반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과 신동주ㆍ신동빈 형제가 각각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신 총괄회장이 쥐고 있는 광윤사의 지분 향방이 중요한 것이다.
이는 한국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해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보유량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소 높지만 각각 20% 안팎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총괄회장의 지분율은 28% 정도이며, 광윤사의 지분율도 27.65%에 이른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실리는 방향에 따라 광윤사와 일본롯데홀딩스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두 아들 가운데 누구를 후계자로 낙점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차남인 신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주지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만 해도 후계 경쟁은 신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장남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 이어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에서도 물러남으로써 경영권과 완전히 멀어진 듯 싶었다.
하지만 28일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이틀간 있었던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는 다시 시계제로 상태로 접어들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보도와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 총괄회장은 2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도 하에 일본롯데홀딩스로 가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신동빈 회장 등 해임된 이사 6명은 이 결정을 두고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불법적”이라고 반발했다. 롯데그룹 측은 “경영권과 무관한 분들이 대표이사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법적 지위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튿날 신동빈 회장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놓고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거동과 말이 불편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발생한 일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6명의 이사를 해임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 돌고 있는 점에 비춰,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신동빈 회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paq@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