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지난해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상반기는 낮고, 하반기 들어 높아지는 상저하고로 전망됐지만 결국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낮은 상고하저로 결론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 전망(상저하고)과 실제 결과(상고하저)는 다른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아직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한 영향이기도 하지만 지난해에는 세수결손에 따른 정부의 재정 집행 차질도 상고하저에 영향을 줬다.
26일 한국은행과 국내 경제 예측기관들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들 기관은 대체로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을 전망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당해년 4월 기준)를 보면 2010~2014년 5년 동안 상반기(전년 동기 대비)의 성장률을 하반기보다 높게 예측한 해는 2010년이 유일했다.
리먼사태의 후유증으로 2009년 상반기(-3.1%,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하던 성장률이 그해 하반기(3.7%)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2010년은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더라도 상반기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해였다.
나머지 해는 한은의 전망치가 모두 상저하고였다.
2011년의 성장률은 상반기 4.0%, 하반기 4.9%로 상승세를 전망했고, 2012년(3.0%→3.9%)과 2013년(1.8%→3.3%), 2014년(3.9%→ 4.0%)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대한 성장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상저하고로 예측된 4개년 중 실제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성장률이 높은 해는 2013년이 유일했다.
2011년은 상반기 3.9%에서 하반기 3.5%로 성장세가 둔화됐고, 2012년(2.6%→1.5%)과 2014년(3.7%→3.0%)에도 상고하저로 끝났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세계 경제가 변수인데,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워낙 좋지 않아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나아질 것처럼 보이다가 그러지 못한 것은 대외 변수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에는 세수부족에 따른 정부의 재정집행 차질도 상고하저의 흐름에 한몫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23일 분기 GDP 증가율(전기 대비)이 작년 3분기 0.9%에서 4분기 0.4%로 추락한 GDP 속보치를 발표하면서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세수결손에 따른 정부의 재정집행 차질(재정절벽)을 꼽았다.
이중 작년 4분기 건설투자(-9.2%)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9.7%) 이후 최악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정부의 토목건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는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연간 세수결손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연간 성장률이 0.1%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추산한 세수결손 규모는 11조1000억원으로 이보다 더 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상시화된 재정 상반기 조기집행과 관련, 재정절벽에 따른 하반기 경기위축, 자금차입에 수반되는 이자비용 등 역기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커지고 있다.
한편,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상저하고(3.0%→3.7%)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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