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윤 회장은 3년간 KB라는 거대 금융그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경영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며 그룹의 안정화를 꾀한다. 아울러 KB사태로 금융당국과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고,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아야 하는 숙제 앞에 놓였다.
▶지배구조 변화 가속페달=윤 회장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는 지배구조다. 금융당국은 KB사태에서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쇄신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사태의 당사자인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지배구조 쇄신은 곧 사외이사의 물갈이를 의미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윤 회장 스스로가 임기가 보장된 사외이사들에게 사퇴를 압박할 수는 없는 처지다. 회장과 행장을 물러나게 한 금융당국도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날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과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개편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경재 이사회 의장의 사퇴로 윤 회장은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모범규준은 교수나 연구원 일색의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전 의장을 제외한 KB지주 사외이사 8명 중 6명은 교수다.
이들은 이날 주총 직후 열릴 이사회에서 거취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자진사퇴를 결정한다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인적 쇄신은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경영공백으로 무너진 조직을 추스려야 한다.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경쟁 금융그룹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KB를 뛰어넘었다. 또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글로벌 KB’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세계무대를 KB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대 당면과제 LIG손보 인수=KB의 당면 현안은 LIG손해보험의 자회사 편입이다. 은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위해 LIG손보는 절실한 존재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의 책임을 강조하며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사실상 미뤄왔다.
따라서 이 전 의장의 사퇴가 인수 승인 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신중하다. 오는 26일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외이사 퇴진이 KB금융 지배구조 문제 해결의 완결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 요건으로 경영 안정성과 지배구조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지만, 아직 완료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이제 초기 단계다. KB금융은 지난 12일에야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및 양성프로그램 전면 개편, 이사 추천 및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ㆍ이사회 내 위원회 기능 재점검, 계열사 대표 및 그룹 주요 임원 추천제도 개선 등의 대책은 내년 3월에야 나올 수 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LIG손보 승인 여부가 올해 안에 나오기는 사실 어렵다”며 “계약 연장 여부는 당사자 간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이 사퇴하면서 진전이 없던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이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금융당국으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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